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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Jun 29. 2017

잃어버린 것과 가져보지 못한 것 중 무얼 선택하겠어.

두 사람 다 왜 이 모양인 걸까.

잃어버린 것과 가져보지 못한 것 중 무얼 선택하겠어. 넌 아마 잃어버린 쪽을 택하겠지. 스쳐간 사람. 붙잡지 않았던, 그럴 수 없던 사람. 그래서 너의 일부도 함께 찢어 내야 했던 사람. 다시 만날 거라는 희망 하나로 살아가는 너에겐 잃어버린 나날이 더 소중할 거야. 그 사람이 떠났을 때 넌 죽었으니까. 지난날에 머물며 새로운 시간을 걷지 못하고 있어. 네가 정말 잃어버린 건 그날 이후의 삶이라는 것도 모른 채.
너무 멀리 있는 사람. 가까이 갈 수도, 주변을 맴도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드는 사람. 어쩌면 내게도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기대 하나로 살아가는 나에겐 다가올 나날이 더 소중해. 네 곁에 있을 날만 생각하니까. 언젠가를 기약하며 숨죽여 살아가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금의 날 죽여가면서.
두 사람 다 왜 이 모양인 걸까. 헛된 희망에 목을 매고 있어. 살아있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이 찾아 올 리 없는데. 사랑이 뭐라고 삶을 거부하는 걸까. 지금의 나를 부정하면서 어떻게 다른 누굴 사랑한다는 거야. 모르는 것도 아닌데 고칠 수 없어. 지금 난 죽음이 찾아와도 모를까봐, 너무 오래 죽은 듯이 살아서 진짜 죽음이 찾아와도 모른 채 날카로운 희망으로 몸 구석구석에 사랑이란 말만 새기며 웃음도 울음도 아닌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을 나를, 나와 같은 모습의 너를 보게 될까봐, 너무나 두려워. 그러니 이제 그만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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