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롯 Nov 19. 2021

아들, 달려-

네 살 에피소드

단이는 씽씽이를 못 탄다.

자기는 그냥 뛰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씽씽이를 타고 슝슝 내리막길을 달리는데, 단이는 그 옆에서 열심히 뛴다.

그러면서 자기가 일등 할 거라고 한다.

옆에서 계속 계속 뛴다, 머리가 땀에 젖은 채.


난 씽씽이 안 타면 어때. 하다가도

혼자 뛰는 아이가 짠하기도 하고,

왜 우리 아들만 씽씽이를 못 타지 하며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조바심이 날 때면 단이를 괜히 보챈다. 너도 타봐. 너도 있잖아. (아무개도 타자나- 비교하기. 제일 안 좋은 방법이라 들었지만 조바심이 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엔 알 수 있다.

아이는 아직 준비가 안됬을 뿐이다. 혹은 정말 씽씽이를 싫어하거나.

어느 쪽이든 괜찮다. 준비가 안됬으면 격려해주고 믿어주며 기다려주면 되는 거고, 싫은 거면 다른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주면 된다.


이런 적은 처음이 아니다.

단이는 왜 바닷물에 안 들어가지, 단이는 왜 점프를 안 하지, 단이는 왜 변기를 안 쓰려고 하지, 단이는 왜 혼자 주일학교에 안 들어가지...

엄마의 걱정은 끝이 없다. 아이는 준비가 되었을 때 하나하나 해나간다.

오히려 아이는 나보다 훌륭하다. 다른 아이들이 한다고 무작정 해보려 지도, 그것 때문에 주눅 들어 시무룩하지도 않다. 자기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놀이를 즐긴다.


단이는 씽씽이를 못 탄다, 아니 안 탄다.

그리고, 괜찮다.

아이는 웃고 있고, 튼튼한 두 다리로 뛰며 행복하다.

엄마도 괜찮다. 네가 행복하니 나도 괜찮다.

앞으로 수많은 "단이는 ㅇㅇㅇ을 못한다" 란 경우를 만나겠지만, 쓸데없는 걱정으로 아이를 보채지 않는 엄마가 되길 소망한다. 아이는 엄마가 믿는 만큼 자란다는 말도 있듯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