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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24

by 오롯

우연히, 나보다는 상대방의 결정으로 인해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게 된 사람을 만났다. 그쪽에서 나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했고, 복잡한 장소였던 터라 인사 이외는 딱히 아무 말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졌다. 헤어져 오는 길, 머뭇거렸을 우리들의 눈빛이 맘에 걸렸고 그런 결정이 있은 후 제대로 직접 인사를 전하지 못했던 터라 마음을 다 잡고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또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편해지실 때 또 연락하고 만나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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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죄송한 마음뿐이지 불편하지 않아요. 언제든 연락 주시고 건강하세요~~ 오랜 시간 동안 너무 감사했어요!’

답문이 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보더라도 그 사람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답한 것은 아니었을 테다. 신중하게 써 내려간 만큼 진심이 담겼을 테다. 그리고 그 사람의 진심은 정작 나의 마음을 일렁이며 불편하게 했다. 미안하긴 해도 불편하진 않다는 그 말, 언젠가 나도 품어봤던 마음이어서였을까.


어렸을 때 내가 좋아하는 마음에서보단,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사귀기 시작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더 좋아해 주는 그 마음은 고마움을 넘어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만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 시간만 질질 끌다 결국 정말 미안하지만 이건 아닌 거 같다고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며 작별을 고했었다. 꺼내기 힘들었던 말을 다 하고 돌아서던 길,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미안했던 마음과는 별개로 얼마나 마음이 후련하던지. 기울기가 달랐던 마음들은 결국 만날 수 없었고 그 끝을 마주하는 태도 또한 얼마나 달랐던지.


그 사람의 마음이 조금 더 오랫동안 불편하길 바랐던 거 같다. 떠남을 돌이킬 정도는 아니더라도, 스치듯 후회하는 순간들이 있길 바랐다. 미안하긴 해도 불편하지 않다는 말이 나의 옛 적 후련해하던 마음과 겹쳐지며 처연해졌고, 내심 그 사람이 불편하길 바라던 나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런 마음이 들게 한 그가 미워졌다가, 그런 내 모습은 더 싫어져 울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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