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포트에 담긴 물이 화씨 0도에서 212도에 이르기까지, 나의 하루 중 몸과 머리가 1초도 쉬지 않고 동시에 풀로 가동되는 가장 바쁜 순간이다.
출근할 준비를 바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정수기로 전기 포트에 물을 담고 온도를 212도로 맞춘다. 큰 아이의 물 병을 꺼내고 정수기 물이 채워지는 동안 나의 커피 보온병을 꺼내고 스타벅스 비아 두 봉을 털어 넣는다. 냉장고 문을 열어 그날 아이들이 아침에 먹을 과일과 학교에 싸 보낼 과일들을 꺼낸다. 그러는 내내 귀로는 큰 아이의 물 병으로 물 떨어지는 소리를 쫓는다. 이젠 소리만으로도 물이 어느 정도 채워지는지 알 수 있다. 원하는 정도에 이르면 이번엔 작은 아이의 물병으로 바꿔 다시 채운다. 과일을 싸 보낼 통과 썰어내 담을 접시를 도마 옆에 꺼낸다. 사과를 1/4 등분할 때쯤이면 작은 아이의 물 병이 찬다. 이번엔 나의 물 병을 채우는 동안 사과를 마저 쪼개 반은 작은 아이의 과일 통에, 반은 접시로 옮긴다. 씻어 놨던 포도(혹은 딸기, 혹은 블루베리, 아니면 귤)로 큰 아이의 과일 통과 접시의 빈자리를 채운다. 접시는 랩으로 씌워 식탁으로 옮긴다. 채워진 나의 물 병을 뺀다. 나의 점심거리를 챙길 쯤이면 물은 어느새 212도이다. 끓는 물을 보온병에 채운다. 1/8까지만 채우고 남은 칸은 찬물로 채운다. 그래야 차에 타자마자 마실 수 있는 적당 온도가 된다. 전투적으로 나의 아침과 점심을 마저 챙기다 보면 먹고살려고 일을 하는 것인지, 일을 하기 위해 먹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 된다. 손의 물기를 닦고 로션을 바른 뒤 차 키를 집어 들고 헐레벌떡 집을 나서는 길에 언제나 드는 생각은, 아침마다 문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