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따뜻했던 토요일, 가족끼리 하이킹을 마치고 중국집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손님은 우리 가족밖에 없었는데, 우리 음식이 나올 때쯤 조금은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녀 커플이 들어와 나의 자리로부터 대각선 앞 쪽 테이블에
앉았다. 남자는 얼굴보다는 등이 더 많이 보였고, 여자는 내가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얼굴이 환히 보였다. 굳이 집중하지 않아도 대화도 간간이 들렸다. 우리보다 음식이 늦게 나왔지만 식사는 더 빨리 마치는 듯했다. 특히 남자의 속도가 엄청 빨랐던 모양이다.
“왜 이렇게 빨리 먹어, 오빠. 앞으론 먼저 먹은 사람이 돈 내는 걸로 해야겠어 “
남자가 뭐라고 대꾸하는 거 같았지만 등을 지고 앉아서인지 상대적으로 톤이 낮아서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손이 다 떨린다, 돈이 아까워서 “
뭘 저렇게까지 얘기하나 싶어 힐끔 쳐다보니 여자의 손은 카드를 꺼내 들고 있었다.
“내가 내?”
“어, 그럴래?”
약간은 멋쩍은 톤이었지만 여자는 웃는 듯했다. 식사를 다 마치지 않았는지 여자는 수저를 놓지 않았다. 아마 남자만 빠르게 먼저 식사를 끝낸 모양이었고, 그 건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얼마 후, 남자의 전화받는 소리가 들렸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듯했다.
“어, 그래. 오빠 먼저 나가 있어…”라고 뒤를 흐리며 말하는 여자의 소리가 들렸지만, 그 말은 미세한 차이로 한 템포 늦게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 나가는 남자의 등 뒤로 떨어지는 거 같았다. 식사를 홀로 마친 여자가 천천히 나갈 때까지 나도 모르게 그쪽으론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서둘러 나가지 않는 걸음걸이가 왠지 더 마음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