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를 테니스에 데려다주고 작은 아이와 도서관에 갔다. 여기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다 끝날 때에 맞혀 다시 픽업을 가야 했다. 보통 작은 아이가 따라오지 않을 때면 그곳에서 큰 아이가 테니스 하는 것을 조금 지켜보며 책을 읽거나, 주위를 걸으러 나가곤 했는데, 오늘은 함께였기에 근처 도서관에 갔다.
아이와 함께 앉아 책을 읽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엄마와 어린 아들의 대화가 들렸다. 한국말이었고, 엄마와 문제지를 푸는 듯했다. 엄마는 처음엔 조곤조곤 말하는 듯했는데 아이가 자꾸 틀리는지 한숨을 내 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거 고친 거 맞아? 또 틀렸잖아.” 라며 언성을 높였다. 덩달아 내 마음까지 조마조마해졌는데 이후에 들린 아이의 말에 난 웃음이 새어 나오면서도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는 “허응~ 미안해~”라고 했다. 미안해 라니…
지난주, 큰 아이와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은 작은 아이를 발레에 데려다주고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큰아이와 걷기로 한 날이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 않은 큰 아이는 잘 못할 바엔 아예 안 하려고 드는 성격이라 운동을 즐기지 않는다. 뛰어나게 잘하는 운동이 있어 팀에서 뛰며 경기도 참여하는 등등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집에만 있게 할 순 없어 이런 식으로 라도 시간이 생길 때마다 함께 걷기로 약속을 했던 터다. 그날은 걷는 시작부터 조금 삐그덕 거렸다. 그 전날 그나마 오랜 시간 동안 해오던 테니스가 너무 싫으니 그만하고 싶다며 투덜거리다 나에게 이미 한소리를 들었고, 그날도 집에 그냥 있으면 안 되냐고 하다 나온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테니스로 또 흘러갔고, 난 잘 못하는 거 같으면 더 열심히 하려고 독하게 마음을 먹고 매 순간 집중해야지 선생님이 서브해 주려는 중에도 왜 친구들하고 떠들면서 산만하게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아이는 자기는 테니스를 안 좋아하니 별로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했다. 네가 못 하니까 안 좋아하는 거 아니냐며 노력도 안 하고 잘하길 기대하면 어떡하냐고 하자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자기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 하필이면 마주 보고 걸어오던 고등학생쯤 돼 보이던 남자아이와 눈이 미주 쳤고, 그 아이 또한 당황한 듯 눈을 재빨리 돌렸지만 이미 아들은 길 위에서 울음이 터진 자기 모습을 낯선 사람에게 들킨 것이 무안한 지 나에게 “I hate you!”라고 말하면서 내 팔에 얼굴을 묻었다. 아들을 무안하게 한 게 미안했고, 아들과 옥신각신하는 것을 들킨 나 역시 무안했다. 길을 꺾어 한적한 곳으로 들어서자 아들은 말없이 혼자 떨어져 한참을 걷다 “You know what? I don’t care. I don’t care if I get better or not. I’m just gonna do it and I don’t care what you say.”라고 했지만 그 I don’t care라는 말이 어찌나 I care라고 들리던지.
큰 아이의 울음 섞인 “I hate you” 와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던 ”미안해 “가 겹쳐지며, 행여라도 내가 마주 보고 걸어오던 고등학생의 표정을 하고 있을까 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