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트리가 죽었다.
코로나 시작 직전 식재료로 쓴 레몬에서 나온 씨를 아이들과 재미 삼아 심었었다. 화분에 앞마당 흙을 담아 묻어놓고 물만 주었을 뿐인데 작은 싹이 나오더니 줄기가 생기고 잎을 틔우며 크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세상이 떠들썩 해지고 아무도 언제 끝날지 몰라 모두가 막막하고 답답해하던 시간 동안, 자기 혼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묵묵히 키를 키우고 잎을 늘리던 레몬 트리가, 트리라고 불리기에도 너무 작은 그 식물이, 그 무엇보다 강해 보였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나보다 어렴풋이 느낄 때쯤, 겨울 동안 조용하던 레몬 트리에서 새 잎이 나오려고 움이 돋는 것을 발견하곤 생명의 위대함을 처음 마주한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며 아이들을 불러모았고, 추운 겨울을 단단히 견뎌내고 봄을 알리며 새 잎을 피우려는 레몬 트리가 대견했다.
그렇게 살아있는 존재만으로, 살아가는 모습만으로도 위로가 되던 레몬 트리가 일 년이 가고, 이년이 가고, 삼 년이 다 돼가도 기다리던 꽃은 안 피우고 잎만 피우고 있자 열매는 못 맺고 잎만 무성한 내 모습을 보는 거 같아 불현듯 밉상으로 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금방 말라죽을 거 같이 축 쳐져 있다가도 물을 주면 파릇하게 살아나던 레몬 트리였는데, 갑자기 잎이 시들더니 아무리 물을 다시 주어도 기운을 차리지 않더니 죽어버렸다. 나의 미워하는 마음이 레몬 트리를 죽여버렸다. 손 끝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잎들에 나의 마음은 그제야 서늘하다. 너가 죽인 거야. 원망할 곳이라곤 미안해해도 소용없는 나의 늦은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