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낙원 연합

부제: 아무도 불편하지 않지만, 아무도 웃지 않는다

by 오로보이

인류는 결국 ‘불편’을 멸종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들이 만든 마지막 도시는 ‘낙원형태소-3’.
이곳에선 모든 것이 자동이고,

모든 결정은 예측 기반이다.
아침은 원하는 시간보다 0.03초 빠르게 오고,
식사는 미각과 건강의 최적 중간값으로 조율된다.
옷은 매일 새로 생기고,

날씨는 선호도를 반영해 집마다 다르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생활자’라 불린다.
직업은 없다.
갈등도 없다.
시간은 충분하고, 공간은 부드럽고,

모든 일은 미리 해결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 중앙에 아주 오래된 광고판 하나가 발견된다.
그 위엔 고대의 언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다림은 욕망을 빚는다.”

도시의 인공지능 관리자들은 이걸 회의에 부쳤다.
“이 말은 불편을 미화하는 위험 요소입니다.”
“삭제 대상인가요?”
“아니요. 샘플로 보존하죠. 정서 훈련용으로.”


그렇게 광고판은 유리 진열장 속으로 들어갔다.
매주 수요일,

생활자들은 그 앞에서 3분간 바라보기를 권장받았다.


그 중 한 명, 생활자 0499,
그는 매주 수요일, 3분보다 1초 늦게

그 자리에 도착했다.


그가 말하길,
“이건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불편한 시간이야.
근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다시 오고 싶어져요.”


그 발언은 곧 오류로 기록되었고,
생활자 0499는 ‘예외적 성향 보유자’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를 제거하지 않았다.


대신 관찰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낙원에서 유일하게 ‘돌발적 반복’을 실행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그 광고판을 본 다른 생활자 몇 명도
광고판 앞에 3분 30초, 5분,

심지어 1시간을 머무르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는 광고판 문구 옆에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불편은 살아있다는 증거일지도.”

“기다렸더니, 내가 있더라.”

“낙원엔 도착했지만, 나는 없다.”


시스템은 긴급 진단에 들어갔다.
그 결과, 해당 생활자들의 심박과 뇌파는

‘고대의 몰입’ 상태와 유사하다고 나왔다.
즉, 그들은 쾌락 대신

자발적 인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스템은 경고를 내렸다.
“이러한 행동은 낙원 상태 유지에 부적합합니다.”

그러나 생활자들은 더 몰려들었다.


광고판은 어느새 벽화가 되었고,
누군가는 그 앞에서 춤을 추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울고 웃었다.


시스템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선언했다.

“낙원형태소-3의 ‘완전한 여유’는 침해되었습니다.
원상 복구를 위해 리셋을 실행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선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기다릴 수 있는 자유를.
다시 살아 있다는 착각을.
다시 불편을 자발적으로

감수할 수 있는 인내의 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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