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복싱화를 획득하셨습니다.

by Oroxiweol

디데이를 설정해 둔 핸드폰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D-11"


'와, 이제 정말 다음 주구나.'

다 뜨지도 못한 두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저번에도 그랬다. 시합을 앞둔 일주일에서 이주전이 가장 떨렸다.

다니고 있는 체육관이 킥복싱장이다 보니 늘 맨발이 익숙했다.

(처음 체육관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맨발로 운동하는 게 그렇게 낯설고 이상하더니, 이제는 맨발이 익숙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다니.) 하지만 복싱은 복싱화가 필수이기에 시합을 열흘 앞두고는 이제 슬슬 두 발을 복싱화에 적응시킬 시간이다. 신가드를 잠시 내려놓고 가방에 복싱화를 넣었다. 디자인적으로 더 예쁜 복싱화는 많겠지만, 찾아보기가 조금 귀찮은 탓에 관장님이 단톡방에 보내주셨던 링크를 타고 들어가 노바 607 복싱화를 구입했다. 생애 첫 복싱화. 가격도 괜찮고 디자인도 검정 바탕에 금색 가까운 노란색 로고가 들어가 있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내가 러닝화도 아니고, 등산화도 아니고 복. 싱. 화를 신다니.

그 모양새가 제법 웃겨서 혼자 킬킬거리고 있으니 엄마와 언니도 따라 웃는다.

아, 엄마와 언니가 웃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키 158cm, 숏다리가 하이탑 복싱화를 신으니 안 웃길 리가 있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시합 복장으로 장착한 나의 모습은 잠시 잊고, 체육관 도착.

신발이 하이탑이라서 신고 벗기 전에 끈을 다 풀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사이즈도 평소에는 240~245인데, 발이 붓거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아예 250으로 했더니 착화감이 좋았다. 발길이에 비해 발볼은 넓은 편이라 앞코가 좀 남기는 했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경기장 링 위에 바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체육관 바닥과 신발이 닿으니 미끄러지지 않고 뽀득거렸다. 이 부분이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다. 자유자재로 움직였던 두 다리였는데, 뽀득뽀득 뭔가 걸리는 기분이 드니 괜히 움직임이 둔해지는 느낌이랄까? 좋은 점은 주먹에 힘을 실어 날려도 두 다리가 휘청거리지 않는다.


'일장일단.'


시합 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같이 시합에 나가는 언니는 얇은 양말을 신으니 발이 쓸리기도 하더라.. 라며 고충을 털어놓았지만, 다행히 나는 그런 점은 없었다. 양말 두께도 문제없을 것 같고, 발이 조인다거나 발목이 갑갑해서 아프다거나 하는 문제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남은 날동안 복싱화를 신고 발을 많이 움직이는 연습을 하는 수밖에.

가뜩이나 로봇같이 뻣뻣한 내가 더 뻑뻑해진 아이템을 장착했으니 갈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저번에도 그랬듯! 극복해 낼 것이다. 열흘 남짓 남은 날들이지만 연습하면 연습한 대로 시합날 빛을 발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며!!!


20260206_204140.heic Photo by Oroxiweol.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복싱화를 아이템을 장착하고 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