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유예.

by Oroxiweol

내 감정을 외면했던 걸까. 정말 몰랐던 걸까.

아니면 외면하고 싶었던 걸까. 뒤늦게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대개 나의 노력 없이 누군가에 의해 깨닫게 된다.

아주 강력한 방망이로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그렇게 내 머리를 울린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무게를 더 싣는다는 게 왜 이렇게 힘든 일일까? 생각해 봤다.

온전하게 1인분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고 있지 않다고 생각이 들 때,

그런 생각들로 잠 못 이루고 불안한 내 인생은 언제쯤 안정 궤도로 안착할까 생각이 들 때.

그때 불쑥 찾아온 누군가의 마음이 좋으면서도, 설레면서도 부담이 되는 순간.

그 순간들로 인해 지금 나의 상황이 부끄러워지고 속상해지고 더 막막해지는 날.

그리고 내가 싫어지는 날.


20250718_135820.heic Photo by Oroxiweol.


겨울잠을 자는 곰마냥 한여름 한낮에 자꾸 잠을 잤다.

멍하게 모니터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떨궜고, 그냥 네 생각이 날 때마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를 비우고 찬 맨바닥에 누울 때면 잠시라도 너라는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계속 잠을 잤다.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애꿎은 네 탓을 해보기도 하고.

안 그랬던 내가 대체 왜 그러냐고 내 탓을 해보기도 했다.

이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그냥 잠을 잔다.

자는 그 시간 동안은 현실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해 여름을 잠과 땀, 눅눅한 바닥. 그리고 너의 생각으로 채웠다.


정리해야 하는 감정을 목전에 두고, 당장이 시급해서 잠시 유예 중이다.

이제는 하다 하다 감정까지 유예 중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