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과 우연 그 어딘가에.

by Oroxiweol

가끔 신기한 일을 경험할 때가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작년 이맘때, 9월임에도 여전히 한낮의 날씨는 여름마냥 더웠다.

친구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듣고 언니는 장례식장을 갔고,

돌아올 언니를 기다리며 엄마와 쇼핑몰로 향하고 있던 더운 9월의 어느 주말.

평소라면 들고 나가지 않았을 일회용 물병을 들고 걸어나갔던 날.

엄마는 금방 도착할 쇼핑몰인데 물병은 뭐하러 들고 나가냐고 했던 날.

그럼에도 나는 꿋꿋하게 물병을 나갔던 이상한 날.


엄마와 한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 주인과 더위에 지쳐 널브러진 개 한마리가 보였다.

잠시 쉬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주인이 조심스레 내게 다가왔다.


"강아지가 더위에 지쳐 못 가고 있는데, 혹시 물 좀 조금만 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남은 물이 들어있는 물병을 모두 주인 아주머니께 드렸다.

조금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물을 다 마시고 일어선 개는 다시 힘을 내 꼬리를 흔들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들고 나가지 않았을 물통을 들고 나간 날.

엄마의 만류에도 그냥 물통을 들고 나가고 싶었던 날.

그리고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길에서 만난 강아지까지.

묘한 어느 날.


20250922_153158.heic Photo by Oroxiweol.


필연과 우연, 그 어딘가에

나와 연결되어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본 어느 가을날.

나와 연결된 수많은 사람, 동물, 시공간, 일까지.

어디에서 만나 어느 곳으로 흘러가는지.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