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면, 행. 동. 하. 라-!

by Oroxiweol

막연했던 시합이 날짜가 다가오니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전 10시부에 같이 시합 나가는 언니들이 셋이나 있어서 든든하게 함께 시합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하. 지. 만-! 그건 그거고, 불안한 건 불안한 거였다. 각자 나름대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상대를 미리 알게 된 나 역시, 상대가 이전에 나갔던 경기 영상을 보고는 있는 대로 쫄아 버렸다.


우리는 수업이 끝나면 돌아가며 스파링 연습을 했고, 서로서로 부족한 점을 일러주었다. 어쨌거나 체력과 힘이 강점이 나는 그냥 기세로 몰고 가자!라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사실, 어찌 보면 대단한 시합도 아니고, 승패가 있는 시합도 아니고. 그저 아마추어들에게 경험과 재미를 더 부여해주고자 하는 시합인 만큼 크게 걱정할 부분은 없었다. 시합 장소도 이미 익숙한 내가 다니는 체육관이었고, 당연히 관장님도 코치님들도 있을 테니.

근데 또 사람인지라, 이왕 하기로 한 시합, 링 위에서 멋지게 싸우고 내려오고 싶은 마음.

어쩌면 그 마음은 단순한 마음을 넘어서 내 안에 욕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꾸 초조해지는 걸 보니 말이다.

욕심이 만들어내는 초조함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몰고 왔다. 시합 2주가 남았을 때만 해도 별 걱정 없이 '즐기자!'였는데,,, 분명히.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니 공부고 뭐고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운동과 공부는 참 많이 닮았다. 이런 마음이 들 때 해야 하는 건 회피가 아닌, 구석에서 손톱만 물어뜯고 있을 게 아니라 당장 책상 앞에 앉거나 체육관으로 달려가는 일이다.


불안하면 행동을 더 해야 그 불안함이 조금 해소가 되었다.


오전 운동을 끝내고 집에 왔지만, 같이 시합 나가는 언니들과 약속을 하고 오후에 다시 모였다. 서로 돌아가며 미트를 쳐주고, 같은 동작을 무한 반복했다. 시합 준비를 하며 느낀 점은 역시 중요한 건 '기본기'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급하고 막막할수록 기본 동작이 탄탄해야 다음 동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샌드백 앞으로 가 섰다. 몸을 회전하며 잽과 투를 치고, 훅을 쳐야 그 파워도 더 센데 이놈의 몸통이 말을 듣지 않았다. 딱딱한 각목 그 자체였다. 시합 준비를 하며 몸 돌리라는 말을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쉽게 고치지 못했다.... 고치지 못한 아쉬운 부분은 고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기로 하고!! 힘을 주어 샌드백을 쳤다. 내가 서 있는 자리로 방울방울 땀방울들이 자리를 잡아갔다. 아마도 순간이겠지만, 불안감은 충분히 해소가 되었다. 그러더니 묘하게 자신감이 올라왔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꽤 멋진 모습들을 혼자 상상하며 편안한 발걸음은 집을 향했다.


1760759636404.jpg Photo by Oroxiweol.


덧붙이기 :)


1. 잽과 투를 칠 때는 팔만 뻗는 게 아닌 어깨와 골반을 돌리며 그 힘으로 가볍게 잽-! , 투-!

2. 훅은 상대의 머리 쪽으로 주먹을 날리는 것이므로 조금 더 높게 치기. 그리고 골반을 돌렸다가 그 돌리는 힘으로 훅-! 팔 힘으로 치는 거 아님!!

3. 스탭을 앞 뒤로만 움직이지 말고 오른쪽, 왼쪽으로도 움직이기.

4. 체력이 괜찮다면 많이 움직이고 상대를 계속 괴롭혀서 지치게 만들기.

5. 주먹을 치고 회수가 빨라야 한다! 그래야 상대 공격에 대비할 수 있고 내 다음 동작도 준비할 수 있다.

6. 발차기를 할 때도 골반 사용하기. 그래야 더 큰 힘이 생긴다.

7. 공격했다고 바로 풀어지지 말기. 다음, 다음, 그다음을 생각하기.

8. 쫄지 말기. 하던 대로, 자신감 갖기!!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