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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Apr 21. 2023

10대 사춘기 아이들에게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

열일곱, 열다섯. 우리 집 아이들은 10대입니다.

어릴 때 먹이고 재우고 씻기는 일에 24시간을 온전히 쏟았는데 이제는 손 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걸 알아서 합니다. 밥과 반찬을 준비해 놓으면 뚝딱 차리고, 라면은 제 입맛대로 레시피를 바꿔가며 끓입니다. 잘 때 옆에 좀 누울라 치면 불편하다고 저리 가랍니다. 엄마 없이 못 잔다고 울던 녀석들인데 이리 변할 수 있나요. 언젠가 서운한 기색을 보였더니 요즘엔 "엄마, 이제 주무셔야 하지 않나요?"라며 저를 생각하는 척합니다. 은근히 밀어내는 거죠. 청소년 썩은 냄새난다고 온몸 구석구석 잘 닦으라는 말은 잔소리가 됐습니다. "너, 그렇게 자꾸 대충 씻으면 엄마가 들어가서 샤워시켜준다?!" 아이들 눈이 동그래집니다. 어이없답니다.



이제 내 한 몸만 잘 챙기면 되니 한결 편해졌습니다.

하지만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유치원 버스를 타는 아이들, 알록달록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초등학생을 보면 자꾸 우리 아이들 어릴 적을 돌아보게 됩니다. 보들거리던 살결, 동글동글한 엉덩이, 품 안에 쏙 들어오던 자그마한 몸집이 그립습니다. 그땐 그걸 몰랐죠. 아이 키울 줄도 모르고, 참을성도 없고, 그저 성질만 살아서 표독스럽게 아이들을 잡았던 그때 말입니다.


아이들은 온순합니다.

어려서부터 크게 울거나 떼쓰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우린 참으로 말이 많은 부모였습니다. 왜 밥은 똑바로 앉아서 먹어야 하는지, 과자, 콜라, 라면 같은 '돼지벌레'가 뱃속에 들어가면 어찌 되는지, 공공장소에선 왜 큰 소리로 떠들면 안 되는지 아이들에게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아이가 다른 의견을 보이면 왜 그것보다 엄마, 아빠 의견이 더 나은지 설득했지요. 제 안에는 '반드시 어떠해야 한다'라는 기준이 명확했습니다. 아이에게 바른길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건 '어미의 올바름'이기도 했습니다. 뭐 하나 옳지 않은 건 없었고, 아이를 위하지 않은 것 없었습니다. 모든 게 당시엔 최선이었죠. 아이 눈높이에서, 아이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만 빼고요.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늘 바랍니다.

아이들이 제 머리로 생각할 줄 알고,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고,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요.

하지만 이제껏 생각만 그러했을 뿐, 실제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고 말할 기회를 충분히 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른들 눈치 보느라 쉬이 입을 열지 못하고, 궁금해도 묻지 못하고, 어느 순간 다른 이들은 어찌하는지 곁눈질만 했던 과거 나처럼 아이들도 그리 자라고 있는 건 아닌지 섬뜩해집니다. 엄마가, 아빠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아집, 부모가 경험한 게 전부라는 착각이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꾹꾹 누르고 참고 또 참게 만든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이제 곧 아이들은 부모 품을 떠납니다.

대학을 가면 독립할 큰 아이와 함께할 날은 3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책하는 마음도 올라옵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든 마음대로 할 자유를 누리게 하고 싶습니다. 조금 잘못되면, 조금 서투르면 또 어떻습니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성취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게 어미의 백 마디 잔소리보다 훨씬 클텐데요.


죽기 전에 누구는 번지 점프를 하고 싶다고 하고, 누구는 요트를 타고 푸른 바다를 누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전 죽기 전에 두 아이들에게 어미로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로움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믿어주는 만큼 자란다는 말을 잘 알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충분히 실행한 적이 없습니다. 내 부모가 차마 하지 못한 일, 우리 아이들에게는 부모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실패하고 실수하고 회복하고 성장할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두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는 말을 너무 많이 했네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응원하렵니다.


"얘들아, 괜찮아. 너희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하고 도전하고 실패해 봐도 돼. 엄마가 믿고 지지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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