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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Apr 14. 2021

당신의 인생 가치는 무엇입니까


살면서 누구나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다.

크고 작은 선택을 부르는 근거, 그게 인생 가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최고로 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을 중시하며 사는지 모를 때가 많다. "당신 인생의 핵심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oo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깊이 고민해야 나오는 대답이다.


고민의 시작은 일상이다. 지금, 바로, 여기.

어려울 것 없다. 바쁜 아침시간, 화장을 포기할지언정 아침식사를 한다면 당신은 건강이 중요한 사람이다. 고급 스테이크와 무한리필 소고기 뷔페를 두고 뷔페를 선택한다면 음식의 질보다 양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갑자기 여유시간이 생길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안일과 회사일이 있을 때 무엇을 먼저 처리할 것인가. 할아버지 생신날, 아이가 시험을 앞두고 있다. 집안 어른들을 뵈러 가도록 권유할 것인가, 학원을 가라고 할 것인가. 사소한 것일수록 그 사람의 가치가 묻어난다. 이리저리 재지 않고 머리보다 손과 발이 먼저 움직인다면 그건 백발백중이다. 이미 여러 차례 다양한 방법으로 그런 선택을 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매일 나의 선택, 일상의 사소한 결정은 결국 내 가치관의 소산이니까.


내가 어떤 가치를 가장 중시하는지 모를 때 도움이 되는 방법 또 하나, 내가 불편한 상황이나 나답지 않은 일을 떠올린다.

당신은 어떤 사람과 일하기 힘든가. 어떤 상황을 못 견뎌하는가. 100억 원을 준다고 해도 절대 하지 않을 일은 무엇인가. 난 성실하지 못한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게 힘들다. 자기의 안위를 위해 쉽게 말 바꾸는 사람, 선의의 거짓말이라며 자신의 위선을 쉽게 포장하는 사람을 못 견뎌한다. 같이 무언가 하기로 의기투합해 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바쁘다며 발을 빼는 사람, 다른 일을 핑계 삼으며 약속을 깨는 사람, 타인의 열심에 무임승차하려는 사람을 보면 속이 타들어간다. 아주 오래전, 남편이 수천만 원의 논문 대필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고민하기에 한 마디로 정리해줬다.

"그게 정직한 걸까요? 지금이야 큰돈을 손에 쥐겠지만 언젠가 당신 인생의 발목을 잡을 거예요."

성실과 정직, 신뢰와 성장, 무엇보다 하나님 보시기에 선하게. 내 인생의 중요한 가치다.


지금 이 순간만 눈 질끈 감으면! 눈에 보일 듯, 손에 잡힐 듯 커다란 이익이 내게 굴러온다면! 이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내 입에서 "예스!"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내가 대신해주기를 바라는 눈빛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이 내 마음을 간지럽힌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걸 두고 유연하다고, 융통성 좋다고 말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호의적인 태도로 날 칭찬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결코 짧지 않은 인생,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게 분명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 내게 돌아온다. 말과 달랐던 행동이 부지불식간에 기억 저편에서 불쑥 등장해 나를 괴롭히기도 하고, 완전히 방향이 틀어진 인생 한가운데서 후회로 가슴을 치기도 한다.

"엄마, 그때 그랬잖아요!"

무엇보다 예기치 않은 순간,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한 마디. 세상 가장 무서운 감시자다.



내가 진정, 머리가 아니라 가슴속 깊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인생 갈림길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일과 육아, 회사와 가정을 두고 고민할 때 그랬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고민 끝에 가정을 택했다. 살면서 단 한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그게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아이들이기를 바랐다. 가정을 먼저 세우는 일, 아이들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키우는 일. 말과 행동, 나아가 신앙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내는 일을 아이들과 가정에서 먼저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성실하고 정직한 건 나 자신에게부터, 그리고 가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고리타분하게 들리겠지만 '가화만사성',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답답할 지도, 어리석고 바보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남들 다 그렇게 사는데 손바닥 살짝 뒤집으면 쉽게 갈 수 있다고도 말한다. 맞다. 동전 앞, 뒷면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겨우 한 걸음 차이여서 지금은 눈에 띄지도 않을 게다. 모든 게 그렇다. 어느 순간 방향이 달라지는 건 평행을 이루던 직선 하나가 살짝, 아주 살짝, 1도 기울어지던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두 선의 팽팽한 평행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지금이야 겨우 한 발 차이, 시간이 흐르면 완전 다른 길이다. 당신은 어떤 가치를 안고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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