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비우기

2022.05.09

by 오름차차

분기마다 노트북과 핸드폰, 아이패드 파일을 비우고 정리하며 그 효과를 체험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서재는 주기적으로 비워내지 못했다. 책장의 빈 공간마다 테트리스하듯 책을 채워 넣고 책상 아래 서재 바닥에도 쌓아두었다. 책을 두줄로 쌓아 책장처럼 만들었으며 의자 양 옆으로 탑을 쌓듯 책을 올려놓고 있다. 의자 뒤로는 출판사에서 제작한 책상자가 놓여있다.

원칙을 정해 꽂아두기보다 빈 곳을 채우듯 밀어 두고 쌓아두다 보니 어디부터 정리해야 할지 손이 가지 않아 계속 회피하고 있었다. 책 정리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다른 정리로 도망쳤다. 옷장과 서랍장의 옷을 반 정도 버리고 정리하면서 나만의 비우기 원칙을 세울 수 있었다.



비우는 양은 분류 기준별 보관 공간 크기로 결정

누군가는 비우는 기준을 사용도와 끌림으로 결정한다. 올해 이 옷을 입을 것인지, 계속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이 물건을 보고 여전히 끌리는지, 계속 가지고 싶은지. 하지만 이 방식은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옷을 한 벌씩 바라보며 끌리는지 아닌지 결정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고 끌림이라는 그 기준이 매우 모호했다.

무엇보다 몇 벌을 버려야 할지 명확하게 제한되지 않다 보니 결국 어느 것도 버리기 어려웠다.


누군가는 한 곳에 물건을 모아놓고 비울지 아닐지 결정하면 판단이 쉽다고 했다. 하지만 거실이나 방에 옷을 모두 모으고 펼쳐서 분류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었다. 책 정리라는 중요한 과제를 앞두고 도피하듯 시작한 옷 정리였기 때문에 2시간 만에 청소까지 모두 마치는 것을 목표로 빠르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속도와 공간을 고려해 비워내기 위해선 내 성향과 에너지에 맞는 방식이 필요했다. 일단 분류 기준은 계절로 정했다. 계절이 아니라 상의, 하의, 원피스, 외투로 분류해서 정리하면 계절별로 쏠림이 나타날 것 같았다. 이 계절에 입을 것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옷을 구매하기 때문에 분류 기준도 계절로 정했다. 그다음에는 계절별로 보관 공간을 나누었다. 가을 겨울 옷은 두툼하기 때문에 공간을 좀 더 할당했다. 겨울 옷은 옷장 서랍 한 칸, 여름옷은 침대 서랍장 한 칸, 원피스는 옷장 상 단장으로 한 정했다. 외투와 재킷, 블라우스는 이미 정해진 공간이 확실해 공간에서 10%만 더 비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렇게 계절별로 분류 기준을 정하고 각각의 계절 옷에 공간을 확정해두니 버릴 옷과 보관할 옷을 분류하기 쉬웠다.



서재를 비우는 기준, 시기별, 분야별로 책장 할당하기

서재를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시작한 옷 정리였는데, 나만의 비우기 원칙을 세우는데 도움 되었다. 우선 시기별로 분류해 청소년기 , 학부 시기, 대학원 시기, 시험을 준비할 시기에 읽었던 책으로 나누어 정리하고 공간을 제한할 것이다. 최근 5년 내 구입한 책은 분야별, 목적별로 분류해 공간을 나눌 것이다. 6년 전에 한 번 정리하고 그 뒤로 한 번도 비우지 못해 이번에는 반 정도를 비워낼 것이다. 비우고 정리한 그 공간에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비우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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