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0
지인의 사업과 프로젝트를 도우며 내 그릇을 크기를 다시 매만지게 된다. 지인의 사업기획서 작성을 도와주고 아이디어를 함께 발전시켰다. 관련 정보가 있으면 항상 공유했다. 진심으로 지인이 원하는 일을 다 이루어내길 바란다.
하지만 내 그릇은 유한하다. 요즘 돈 보다 시간을 아껴 쓰며 지내왔다. 가지고 있는 체력과 감정을 아슬아슬 한계까지 끌어 쓰며 버티는 중인데 지인의 프로젝트까지 돕다 보니 내 그릇의 크기만 명징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내 그릇은 아직도 작다.
바쁘지만 얼굴이라도 보고 함께 일하자고 풍경이 예쁜 계곡 카페에 4명이 모였다. 담소를 나누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 뒤 각자 테이블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사진을 편집했고 누군가는 회사 업무를 봤다. 나는 다른 사람의 원고를 읽었고 내 원고의 플롯을 짰다. 지인은 당일 마감인 기획안을 작성했다.
슬슬 집으로 갈 준비를 하다 마감을 앞둔 지인이 눈에 들어왔다. 마감 당일이니 어느 정도 작성했으리라 생각하고 편집과 수정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생각과 달리 작성해야 할 항목이 많이 남아있었다. 멀리 사는 다른 지인들은 기획안 작성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내가 타이핑을 하고 편집을 해 완성해냈다.
그 과정에 나는 내 감정을 드러냈다. 옆에 앉아 내가 항목을 채워나가길 기다리는 지인이 실망스러웠고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왜 스스로 하지 않을까부터 혹시 내가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손은 타이핑을 하고 있지만 많은 생각과 감정이 스쳐갔다. 나를 포함해 4명 모두 내 생각과 감정을 다 읽고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왜 순간의 감정을 숨기지 못했을까. 애초에 온전히 감당하지 못할 일을 왜 시작할까. 나는 왜 웃으며 거절하지 못할까. 돕는 것을 왜 당연한 것으로 만들었을까. 아니, 어차피 할 일이라면 왜 흔쾌히 해내지 못했을까.
내 그릇의 테두리가 매만져질 때마다, 내 그릇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질 때마다 부끄러우면서 동시에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가지고 행동해 내 그릇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