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 되려면

2022.05.25

by 오름차차

내가 쓴 글에는 나를 여럿으로 나누어놓은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한다. 내가 경험했던 직업군, 가장 감추고 싶었던 순간들이 에피소드에 슬쩍슬쩍 묻어있다. 나는 왜 이렇게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인 이야기만 쓰는 걸까 한참 고민했다. 사회의 모순을 다룬 수많은 작품을 읽고 보며 그런 생각은 더 깊어졌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그때, 나는 사무실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몰래 중계를 듣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여러 차례 수상하며 소감을 밝혔지만 그중 감독상 수상 소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말을 새기며 공부했다는 그의 말은 수많은 창작자, 지망생들을 격려했다.


서브텍스트로 언제나 늘, 사회를 이야기했던 거장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라 말을 품고 있었다니. 취미로 쓰는 소설 속에서도 언제나 아주 사적인, 개인적인 것만 풀어놓던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개인적인 것을 써도 괜찮아-부터 그러다 보면 언젠가 사회 모순을 정면으로, 혹은 서브텍스트로 다룰 수 있을 거야-까지.


최은영 소설 <밝은 밤>을 읽으며 이 문장이 다시 생각났다. <밝은 밤>은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수많은 인터뷰와 조사, 구상 과정을 거쳐 2년 동안 쓴 작품이었다. 문장마다, 단어마다 그것이 전해져 왔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 되려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만으로는 안된다고. 더 많이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공부하고 고심해야 한다고.


오늘 중요한 마감이 있어 그 작업에 집중해야 했는데 책으로 손이 갔다. 여기까지만 읽자고 3번 정도 다짐한 뒤에야 책을 다른 방 서랍에 넣어두고 나서야 겨우 다시 책상에 앉을 수 있었다. 일을 하면서 계속 다짐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을 가장 창의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나는 좀 더 공부해야 한다고. 손으로만 쓰는 아니라 더 많이 취재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손만이 아니라 발로도 글을 써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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