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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Jul 13. 2022

결승선을 앞에 두고 딴짓하는 사람들

2022.07.12

신기하게도 결승선 직전에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몇 걸음만 더하면 도달할 수 있는데 난데없이 딴짓을 시작한다. 그리고 경기가 끝났다는 벨이 울린다. 벨소리를 듣고 씁쓸하지만 딱히 그렇게 가슴을 타들어가게 할 정도로 서글프지도 않다.  



후회란 경기가 끝나고 바로 몰려오는 것이 아니다. 다른 길을 걷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주저앉아 울게 만든다. 자신이 코 앞에서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음을 또렷하게 기억했지만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그제야 깨닫는다.



나에게도 수많은 딴짓과 머뭇거림이 있었다. 방어기제 덕분인지 막상 경기 직후에는 씁쓸해도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회한은 언제나 갑자기, 그리고 날카롭게 찾아왔다. 그렇다고 다른 길에 주저앉아 놓쳐버린 기회와 시간을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이 흐를 뿐.



애초에 경기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모르겠는데 그 많은 땀을 흘리고 시간을 들이며 고생은 다 해놓고 끝에 다 와서, 결정적인 순간에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을 믿지 못하거나 불안했거나, 자기 파괴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거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거나, 에너지 관리와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서일 것이다.


 

습관적으로 자신에게 도움되지 않는 행동과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면 진지하게 심리치료를 권한다. 자신의 과거 선택들에 대해 차분하게 적으며 평가하고 반성하는 복기의 시간도 도움이 된다.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평소부터 통제 체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에너지 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에너지 총량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한 일이므로 애초에 자신이 쓸 수 있는 에너지 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신이 초반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사람인지, 뒷심과 끈기가 부족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는 좀 다른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긴 레이스 내내 이 경기에만 집중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승부를 던져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는 온전히 자신과 그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부탁, 관계에서 오는 각종 책임들을 잠시 미루는 용기와 이기심이 필요하다. 하고 있는 일의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정해 최우선 순위의 일, 지금 하고 있는 중요한 승부에 집중해야 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 양해를 구하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책임을 다 하면 된다.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있다면 그 시간은 오롯이 이기적으로 보내자.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그때 내가 그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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