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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Aug 02. 2022

쉼을 상상하는 시간

2022.08.01

7월 말, 8월 첫째 주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다. 극성수기를 피해 여행이든 휴가든 보내왔기 때문에 딱히 이 시기를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무심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브런치 웹사이트에 들어왔다가 하얀 모니터에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갑자기 떠올랐다.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프리랜서는 계약과 마감만 준수하면 휴가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온 국민이 함께 휴가를 보내는 시기를 피해 휴가를 계획할 수 있다. 언제든 쉴 수 있고,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자신도 모르게 휴가 없이 휴가철이 지나가 버리곤 한다. 올해는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가을이 오기 전 2박 3일이라도 쉬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재택근무 중인 프리랜서라면 스스로에게 2박 3일의 휴가를 주더라도 집에서는 편하게 쉴 수 없다. 집이자 일터인 공간에 있으면 노트북과 아이패드만 보아도 해야 할 일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곁눈질로 가구만 보아도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제대로 된 쉼을 위해서는 나를 숨길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호캉스를 하는 이유에 대해 김영하 작가는 일상의 근심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하였다. 심지어 재택근무 중인 프리랜서에게 집이란 일상의 근심뿐 아니라 일의 근심까지 서려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올해는 해외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포스팅까지 하며 호기롭게 선택에서 제외한 상황이라 호캉스와 국내여행만 선택지에 남아있다. 숙소를 함께 운영하는 북카페에서 머무르다 올까, 송도 호캉스를 다녀올까, 제주도를 갈까 설레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극성수기를 피해 8월 마지막 주에 출국하는 여행에 익숙했는데 올해는 어떨지, 9월이라도 좋으니 쉼을 상상하고 계획하는 이 시간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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