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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Aug 12. 2021

[출판 프로젝트 일지 #3]  작가가 사라졌다

프로젝트를 할 때, 사람들은 사라진다. 반드시.

팀단톡방과 나와의 1대 1 톡방에
프로젝트 성료를 기원하는
메시지만 남긴 채,
작가가 사라졌다.
 


누군가 한 명은 원고 마감 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은 예상보다 더 빨리 일어났다.


그림작가는 테스트용으로 캐릭터까지 그려 보낸 상황이었다. 그림작가와 기획자, 글작가가 함께 발전시킨 시놉시스는 결국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책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기획자-글작가-그림작가 3인이 26p 분량의 그림책 원고 1편을 2개월 반 동안 마감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모두 그림책 작업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팀마다 기획자와 함께 진행하도록 작업 과정을 설계하였다.




슬프게도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


첫 번째 기획회의 당일에도 본인의 일정을 이유로 불참하였다. 그를 기다리느라 회의를 마친 이후에도 경의선 책거리를 배회하였다. 일정을 마치고 와서 차 뒷좌석에 앉아 기획회의 내용을 듣던 그는 자신의 아이템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에도 심드렁하였다. 함께 작업하는 2주 동안에도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사라진 그 작가는 시놉시스 마감 일정을 2번 못 지키더니 결국 본인은 이 프로젝트와 맞지 않으며 역량이 부족하다고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참고를 위해 그림책도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했구나...


창작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를 선발하겠다고 코로나 시국에 대면 면접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템과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만 보고
작가와 기획자를 선발했지만 성실함이나 책임감은 이메일과 첨부파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프로젝트를 할 때, 사람들은 사라진다. 반드시.


프로젝트를 온전히 마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상황대응력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프로젝트원의 소극적 혹은 적극적, 비자발적 혹은 자발적, 단기 혹은 항구적인 잠수와 사라짐은 반드시 일어난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 프로젝트를 끝마치려면 이 사실을 의심불가능한 명제처럼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이런 사라짐을 마주할 때마다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된다. 예상하고 상황별 매뉴얼을 미리 만들어놓았음에도 마음이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자.



갑자기 사라진 작가를 대신할 새로운 작가가 필요했다. 그는 청춘을 다루는 6개의 주제 중 사랑 아이템을 담당하는 작가였다. 하지만 연애와 사랑이라는 소재는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우리는 사랑타령하는 드라마에 둘러싸여 있고 대부분의 문화콘텐츠에 러브스토리가 담겨있다. 그래서 신인작가들은 섣불리 이 소재가 주가 되는 이야기를 쓰기 어려워한다.


사실 요즘의 우리는 연애와 사랑을 이야기하기엔 사는 게 너무 바쁘고 힘들다.
그래서인지 그림작가들도 연애와 사랑 주제의 이야기는 그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사양하였고

다른 아이템을 맡은 글작가들은 이미 진행 중인 작품을 작업하기에도 바쁘다고 하였다.




새로운 작가 찾기
사라지지 않고 2주 만에 시놉시스와 글 콘티를 완성시킬 작가찾기


2달 남은 상황에 찾은 작가가 또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1 권당 3편의 이야기가 담겨야 하는 프로젝트에 새로운 작가를 섭외하지 않으면 계약조건부터 새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다른 팀의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창작자의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으려면 '사라지지 않고', '2주 만에 시놉시스와 글 콘티를 완성시킬' 작가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기획자 중에 글작가를 섭외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스토리라인과 시놉시스가 필요했다. 김윤희 기획자는 하루 만에 2편의 시놉시스를 보내왔다. 그림작가, 글작가와 함께 시놉시스 회의를 진행하며 사랑과 연애라는 소재에서 이를 포괄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는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의 글작가가 되었다.


http://brunch.co.kr/@oruemwritee/21





*프로젝트 일지


 2020.06.16 청년인문상상 공모전 지원

 2020.08.01 포스터 파일 1차 시안

 2020.08.02 포스터 제작 완료

 2020.08.03 구청에 <오월의 얼굴> 출판사  신고 & 공모전 사이트에 모집 공고 게시

 2020.08.14 그림책공작소 지원 마감

 2020.08.17 최종선발 공지

 2020.08.25 첫번째 총괄기획회의  (장소: 경의선 책거리 쇼룸)

 2020.09.07 사랑&연애 아이템 글작가 이탈 & 새작가 찾기

 2020.09.08 사랑&인간관계 아이템으로 소재 확장 및 시놉시스 회의 진행 - 담당작가 확정





<얼굴: 나의 얼굴>
흑백 옴니버스 그림책, 첫 번째 이야기
 
동굴 속 얼굴,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5878499?OzSrank=1


이제 6대 온라인 서점 모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교보, 영풍,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인터파크-



컬러옴니버스 그림책  <오월吾月: 나의 달>

http://www.yes24.com/Product/Goods/95878477?OzSra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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