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름차차 Nov 10. 2022

커피 기록하기

2022.11.09

카페를 워낙 자주 가다 보니 커피를 많이 마시게 된다. 하지만 유명 프랜차이즈 건 개인 카페 건 취향에 맞는 커피는 자주 만나지 못한다. 그저 작업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장소를 빌리는 것일 뿐 좋아하는 커피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취향에 딱 맞는 커피와 다시는 먹고 싶지 않은 커피. 맛의 양극단에서 충격을 준 커피만 기억하게 된다.



무료주차 & 집중력과 맞바꾼 최악의 커피

3년 전쯤 친한 지인이 사는 곳 근처 24시간 작업 카페에 자주 갔었다. 홈플러스가 함께 있는 건물이다 보니 주차가 무료였고 대학가 근처라 공부나 작업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방문할 때마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과제를 하고 웹툰을 그렸다. 나는 주로 밀린 일을 처리하거나 공부를 하러 그곳에 들렸다. 커피맛은 최악이었지만 무료주차, 집중력, 장시간 작업 가능이라는 3가지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커피맛을 감수했다. 일하러 찾은 곳이었기에 카페인이 없는 다른 음료는 나에게 무의미했다. 일을 위해 참아가며 커피를 마셨다.




가장 맛있었던 커피

모 출판사에서 여름에 마셨던 커피가 가장 맛있었다. 그 출판사에 다녀온 사람들마다 커피가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심지어 지인 중 한 명은 커피머신과 원두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했다. 안타깝게 그 사진을 소실했지만 여전히 그 커피맛이 생각난다. 카페도 아니었는데.. 출판사 직원들끼리 마시기 위해 마련한 커피머신과 원두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기록의 시작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그나마 취향을 가리지 않는데,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계절이 되면 맛없는 커피를 견디기 점점 힘들어진다. 내게 맛있는 커피를 찾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맛을 좋아하는지, 신맛을 좋아하는지, 어느 원두를 좋아하는지 알아가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다. 일단 자주 가는 프랜차이즈 커피부터 기록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지만 여름에 마시는 아아는 견딜만하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이디야와 투썸이 그나마 입맛에 잘 맞았다.



드립 커피는 연하고 취향에 맞지 않았다. 집에서 뜨거운 물을 부어마시는 스틱 커피는 베트남 커피인 G7과 커피빈 캡틴 아메리카노가 내 입맛에 맞는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호텔 방에 비치된 커피빈 스틱 커피를 만났다. 매장에서 마시는 것보다 이 스틱 커피가 더 취향에 맞았다. 집에 오자마자 스틱커피를 추가로 주문해 마시고 있다. 



맛있는 커피의 발견

이틀 전 집 근처 카페에서 인생 커피를 만났다. 에티오피아 시다모 G2 싱글 오리진이라고 한다. 커피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취향의 커피를 찾기 위해 카페 인스타까지 찾아가 확인했다. 매일 마시는 커피조차 귀찮아서 취향을 알지 못한 채 마시곤 했다. 대충 주어진 걸 견디며 마시고 아무 생각 없이 다음에도 똑같이 선택하는 것에 지쳤다. 귀찮아도 입맛과 취향을 알아가는 것,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의 하나라는 걸 커피를 기록하며 배우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벨의 도서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