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8
원고를 마감할 때마다 마모되고 고갈되어가는 나의 세계를 채우기 위해 매일 소설을 읽었다. 그중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책이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다. 몇 주 전, 작문 스터디 과제를 하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를 다시 접했다. 단편집 <토버모리>를 읽고 각색하는 과제 덕분에 새로운 아이템을 3편이나 개발할 수 있었다.
<바벨의 도서관>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가 가상의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이자 자신이 고른 단편소설집 컬랙션이다. 책과 도서관을 좋아했던 호르헤는 가세가 기울자 1937년 38세의 나이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립도서관의 사서 일을 시작한다. 지하 서고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던 호르헤는 4년 뒤인 1941년 단편 <바벨의 도서관>을 집필한다.
그는 육각형 진열실이 수직으로 끝없이 뻗어있는, 책으로 가득한 무한한 가상 도서관을 상상했다. 층마다 서서 잠을 자는 공간과 화장실이 배치되어있다. 아마도 호르헤는 이 무한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자고 먹으며 끝없이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상상했을 것이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상상만으로도 아늑하고 아득해진다.
호르헤는 자신이 선별한 세계 단편소설을 시리즈로 묶어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벨의 도서관>을 채울 작품을 스스로 고른 것이다. 40인의 작가, 164편의 작품이 29권의 시리즈로 우리나라에도 완간되어있다. 카프카, 오스카 와일드, 허먼 멜빌, 애드가 앨런 포, 호손, 볼테르, 키플링 같은 유명 작가부터 러시아 단편집, 아르헨티나 단편집처럼 한 나라의 단편소설집과 사키 등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도 포함되어있다.
호르헤는 부침 많은 삶을 살았다. 어려서는 유복한 가정에서 다양한 문화적 자본을 물려받으며 성장했다. 변호사 부친을 둔 호르헤는 부유한 가정에서 영국인 가정교사에게 교육받았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가정교사 덕분에 영국 문학을 먼저 접할 수 있었다. 9살에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그는 평생 다양한 언어를 습득하고 세계문학을 접했다.
시력을 상실해가는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 호르헤는 그곳에서 불어와 라틴어를 배웠다. 부친이 시력을 상실하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평생 배우고 글을 쓰며 살았던 호르헤는 도서관에 취직한다. 그곳에서 자신도 시력을 잃어가며 책을 읽고 자신의 작품을 썼다.
그가 시력을 상실하고 난 뒤에 골라낸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를 읽다 보면 그 처럼 엄청난 부침과 불우한 시절을 경험한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이 정도의 부침이 있어야만 작가가 되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인생사가 소설에 담겨있다.
그가 어둠 속에서도 잊지 않았던 세계 단편문학,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