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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Nov 08. 2022

지금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까?

2022.11.07

몇 년 전,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고 조교 업무를 하며 바쁘게 지낼 때였다. 업무지시를 내리는 학장님께 갑작스레 메시지가 왔다. 여기에 업무가 더 추가되겠구나 싶어 무표정하게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지금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장이 쓰여있었다. 대학원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 ,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이라 눈만 깜빡였다. 멍하니  문장을 읽고  읽은 다음, 블라인드를 걷고 창밖을 보았다. 캠퍼스 안은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로 물들어있었다. 창문을 열어두지 않았는바람이 불어왔고 가을 냄새가 겼다.



가을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가을이 지나가고 있음을 모르는 대학원생이 안타까워서였을까.

전공 교수님도 아닌 그 교수님은 지도교수님도 궁금해하지 않는 내 안부를 가끔 궁금해하셨다.

아무도 챙기지 않던 가을을 잊지 말라고 보내주셨다.



업무 때문에 몇 번 인사드리고 지시받은 것이 전부였지만 계절을 선물 받은 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문득 그 교수님이 생각난다. 전공분야가 아닌 인문도서를 출간하고 시를 짓는 교수님은 지금도 누군가에게 가을을 선물하고 계실 것이다.



지금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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