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7
몇 년 전,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고 조교 업무를 하며 바쁘게 지낼 때였다. 업무지시를 내리는 학장님께 갑작스레 메시지가 왔다. 여기에 업무가 더 추가되겠구나 싶어 무표정하게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지금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장이 쓰여있었다. 대학원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 말,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말이라 눈만 깜빡였다. 멍하니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은 다음, 블라인드를 걷고 창밖을 보았다. 캠퍼스 안은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로 물들어있었다. 창문을 열어두지 않았는데 바람이 불어왔고 가을 냄새가 풍겼다.
가을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가을이 지나가고 있음을 모르는 대학원생이 안타까워서였을까.
전공 교수님도 아닌 그 교수님은 지도교수님도 궁금해하지 않는 내 안부를 가끔 궁금해하셨다.
아무도 챙기지 않던 가을을 잊지 말라고 보내주셨다.
업무 때문에 몇 번 인사드리고 지시받은 것이 전부였지만 계절을 선물 받은 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문득 그 교수님이 생각난다. 전공분야가 아닌 인문도서를 출간하고 시를 짓는 교수님은 지금도 누군가에게 가을을 선물하고 계실 것이다.
지금 가을을 즐기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