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3
프리랜서는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일을 시작할지, 끝 매듭을 묶을지, 미룰지, 오늘은 평소 작업량보다 더 많이 할지, 그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행동하는 사람과 감독하는 사람이 동일해도 주인-대리인 문제는 발생한다. 감독하는 나와 행동하는 내가 다른 자아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작업 루틴을 만들려면 일하는 시간과 작업량이 정해져야 한다. 유난히 집중이 잘되는 날, 감독관의 이성을 피해 과도하게 몰입하고 일하는 시간을 늘린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예상보다 마감을 앞당기기도 한다. 과한 열정은 결국 번아웃으로 돌아온다.
업무시간의 평균값을 유지한다고 해도 극단치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평균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극단 치를 줄여나가야 한다. 일이 잘된다고 오버페이스로 밤새거나 쉬지 않고 일하면 당장 다음날과 다다음날부터 기존 일정을 다 미루고 싶어 진다. 늦게 일어나고 싶고, 매일 해야 하는 업무에도 손이 나가지 않는다.
반대로 유난히 게으른 날도 있다. 열심히 살고난 뒤의 후유증이 아니라, 그냥 하기 싫은 날도 있다. 외부 마감 일정만 잘 지키면 연구소 일도, 출판사, 작가, 강사 일도 모두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럴 때 야금야금 시간을 헤프게 쓰기 시작한다. 마감 일정을 앞두고 벼락치기를 통해 모든 에너지를 연소시킨다. 이렇게 벼락치기와 번아웃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과하지 않은 작업량을 찾기 위해 자신을 관찰해야 한다. 일의 특성과 몸 컨디션에 따라, 다른 업무와의 병행 여부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작업량이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할 수 없다. 자신을 기록하고 관찰해 최적 값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자신에게 임상실험을 하면서.
내 자신을 회사 다니며 자기 계발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시간표를 짰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퇴근 시간 전까지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보고 싶은 영상이나 책이 있어도 퇴근 이후로 미루었다. 자기 계발시간은 출근 전, 퇴근 후로 옮겼다. 수익이 나오는 일, 마감을 지켜야 하는 일은 퇴근 전에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업무와 휴식 공간을 분리했다. 동생이 독립한 덕분에 서재까지 사용 중인데, 서재에서는 일을 하고 내 방에서는 온전히 쉰다. 방에는 업무와 관련된 것을 발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동기부여 영상을 볼 때도 방이 아닌 서재에서 보려고 한다.
일과 쉬는 시간의 경계 없이 일하다 지치면 딴짓하고 다시 업무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업무시간만 증가해 일정표에 쉬는 시간을 정해두고 쉬는 중이다. 쉬는 시간에는 하던 일을 멈추고 중요한 일을 하듯 업무처럼 쉰다.
프로젝트 수를 늘리면서 주말도 평일처럼 보냈더니 오히려 게으름에 관대해졌다. 주말에도 쉬지 않는데 이 정도는 놀아도 되는 것 아니냐면서 감독관을 설득하고 일해야 할 시간에 앉은자리에서 드라마를 몰아보는 경우가 생겼다. 힘들수록 관대해지기 때문에 토요일은 강연만 듣고 일요일은 2시간 반만 일하기로 했다. 계획을 세우고 평가하는 90분, 밀린 일 처리하는 1시간을 제외하고 죄책감 없이 온전히 쉬기로 했다. 그래서 요즘,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