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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Mar 23. 2022

깨진 루틴 이어 붙이기

2022.03.23

지난주 일요일 원고 마감이 있었다. 공동 프로젝트라 월요일 저녁까지 수정본을 제출하기로 결정하고 일을 시작했다.  결국 일요일 밤을 새우고 월요일 아침 6시 40분에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루틴을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깨지는 건 하루 만에 가능하다.



나에게 일요일은 휴식하고 밀린 업무를 하며 일주일을 계획하는 날이다. 그런 날을 마감하느라 보내고 나니 돌아오는 건 깨진 루틴과 피로에 지친 심신이었다. 월요일 아침 겨우 잠에 들었지만, 다시 눈을 뜨고 나니 오늘 올라야 할 계단들이 쌓여있었다. 평일, 나는 돌을 짊어지고 계단을 오른다. 맨 위 계단에 오르면 나 스스로 다시 그 돌을 아래로 굴린다. 내일 아침, 다시 돌을 짊어지기 위해서다.



그동안 나는 의미 있는 돌을 고르기 위해 고심했고, 내게 맞는 패턴을 찾기 위해 여러 번 임상실험을 거쳤다. 회복탄력성이 좋지 않았던 나는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될 마지막 댐을 지어놓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던 그 모든 루틴이 밤샘으로 뜯겨나가 아직도 피곤과 싸우는 중이다. 미라클 모닝 만들어보겠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체력을 단련하며 힘겹게 만들어 놓은 수면 패턴은 너무 쉽게 잃어버려 되찾느라 고생 중이다. 피로 해소에 도움 되는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고 피로회복제까지 들이 부우며 조각난 루틴을 다시 붙이고 있다.



회복의 시간이 필요한데, 다시 게으름뱅이로 돌아갈까 무서워  시간  자고 일어난 월요일부터 꾸역꾸역 일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계속 비명을 질렀다. 대체 무슨 부귀영화 누리려고 이러냐-부터 오늘 하루 쉰다고 다시 무너지지 않는다는 달콤한 유혹까지. 사실 몸의 피곤함보다 왔다 갔다 흔들리는  마음이  힘들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느낀 것은 루틴을 만들기 위해 최적화된 일정계획을 세우는 것만큼, 평소 체력을 비축해 두고 하루 루틴에 여유분의 공간을 미리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정신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인정하게 된다. 하던 일은 계속하되  양을 줄였다. 조금씩이라도 원래 하던 일을 해내면서 여유공간을 만들고 있다.


매일 해는 뜨고 나에게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다. 며칠 전에 무너졌다고 오늘 또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예전처럼 쉽게 게을러지지 않을 것이다. 번아웃을 핑계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지 않을 것이다. 올해 3개월 열심히 살지 않았던가. 스스로를 달래 가며 내 안의 죄책감, 불안과 싸우고 있지만 결국 내가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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