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1
우리는 다른 세상으로 도피하고 체험하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나 역시 그랬다. 가장 힘든 순간 나는 소설로 드라마로 도망쳤다. 현실을 지우고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건 결국 책과 영상뿐이었다.
샌드라 거스는 독자들이 글을 통해 온전히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는 말하기보다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플롯을 다룬 작법서가 총론이라면 캐릭터, 시점, 묘사는 각론에 가깝다. <묘사의 힘>은 이야기 설계 단계보다 고쳐쓰기 단계에서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말하기가 사건을 요약하고 결론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보여주기는 오감을 통해 직접 경험하게 만든다. 독자를 현장으로 데려와 그 순간을 목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목격자인 독자는 등장인물에 더 이입하게 되고 이야기 안으로 온전히 들어오게 된다.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근거를 제공해 독자가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하자
-추상적인 표현으로 단어로 압축해 설명하지 말고 바로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묘사하자
-부사와 형용사를 사용해 대신 감정을 말해주거나 직접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말고 독자가 느낄 수 있도록 장면과 감정을 보여주자.
-상태를 인지하는 동사(보았다, 냄새를 맡았다, 들었다, 느꼈다, 깨달았다)를 사용하면 독자는 인물과 함께 사건을 경험하는 대신 밖으로 나와 인물을 지켜보게 된다.
형용사
(말하기) 나는 두려운 마음이었다
(보여주기)맙소사, 맙소사, 맙소사.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다리가 후들거렸다.
감정표현 동사
(말하기) 존이 떠나자 베티와 티 나는 안도했다.
(보여주기) 존이 나가고 문이 닫히는 순간 베티는 이마를 닦았고 티 나는 참고 있는 숨을 내쉬었다
인지 동사
(말하기) 티나는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여주기) 티나는 주머니를 뒤쳤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열쇠가 어디 갔지?
말하기 대신 보여주라는 말은 어디서나 접할 수 있던 조언이었다. 그러나 부사와 형용사, 감정표현 동사, 인지 동사를 사용하는 것이 '말하기'의 일종이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예시를 비교해 읽는 순간, 말하기가 보여주기에 비해 얼마나 독자를 멀리 떨어뜨려 놓는지 바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