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시외버스터미널

당신 다음엔 무엇 3

by 강윤미
익산시외버스터미널.jpg 그림 metaphor


스무 살에 익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처음 보았다.


전주, 서울, 정읍, 광주, 이천…….

표를 파는 창구 위로 나란히 줄지어 쓰여 있는 지명들. 사회시간에 어디는 무엇이 유명하고 어디 가면 뭐가 있다는 식으로 외웠던 이름들. 뉴스에서 사건·사고를 전하는 앵커와 기자의 입에서 불려 나오던 장소들.


그 미지의 곳들이, 텔레비전과 책 속에서만 존재하던 곳들이 여기 모두 있다니! 이름을 따라 버스를 타면 그곳으로 데려다준다니! 참, 멋지다! 터미널이란 곳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참을 가도, 남쪽에서 시작해 한 바퀴 돌아 다시 남쪽으로 오더라도, 방향을 잃고 걷고 걸어도 난 섬을 벗어날 수 없었는데, 섬은 섬이란 지명 말고는 쉬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는데…….


스무 살의 나는 그곳에서 알았다. 섬을 떠나온 이곳에 섬으로 가는 버스는 없다는 사실을.

작가의 이전글열 명의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