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왕국

당신 다음엔 무엇 4

by 강윤미
다름 왕국 2.jpg 그림 metaphor





큰아이가 내 몸 안에서 출렁거리고 있을 때 남편과 나는 사랑을 뜻하는 ‘다솜’이라 부르고 보듬었고 작은 아이는 제주도의 기생화산인 ‘오름’이라 짓고 매만졌다.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들을 때쯤 말해주었더니 아이들은 ‘다솜’의 ‘다’와 ‘오름’의 ‘름’을 섞어서 ‘다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냈다.


아이들은 옷장에서 잔뜩 옷을 꺼내 옷걸이에 걸어 놓고 <다름 옷가게>라고 짓기도 하고 <다름 미용실>이라는 종이 간판을 내걸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미용실 옆에는 <다름 식당>이 있는데, 메뉴판에는 우동, 스파게티, 꼬마김밥 등의 맛난 이름 아래 ‘진짜 딸은 무료’라는 말이 크게 적혀 있다.


이제 막 문을 연 다름 네일 숍은 또 어떠한가. 반짝반짝 빛나는 색깔들이 손톱 발톱을 물들일 생각에 두근거린다. 서툰 솜씨로 열 개의 발가락에 오색빛깔 무지갯빛을 선물하는 아이들.


나는 ‘다름 미용실’에서 꼬불꼬불 파마를 하고 ‘다름 식당’에 출근을 한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같이 특별한 날엔 ‘다름 네일숍’에서 모처럼 꾸미고 ‘다른 옷가게’에서 새 원피스를 산다. 잠이 유난히 오지 않을 땐 ‘다름 인형’ 곁에 잠든 두 딸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딸들은 잠속에 빠져 있는데, 난 딸들이 만들어 놓은 다름 왕국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한다.


오늘도 일찍 잠들긴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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