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시장 떡볶이

당신 다음엔 무엇 6

by 강윤미
동문시장 떡볶이 2.jpg 그림 metaphor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임신이라는 경험을 처음 했을 때, 입덧이 끝나 왕성하게 먹고 싶은 것들이 생각났던 그때. 제주도 동문 시장에 파는 그것이 먹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삼삼오오 떼를 지어 먹었던 떡볶이. 중국집에서 나오는 튀긴 만두가 빨간 국물 속에 빠져 있고 한 사람당 하나씩 계란 하나가 들어가고 어묵과 떡이 푸짐하고 야무지게 들어가 있는 한 그릇 음식. 시장에는 떡볶이집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그릇 밖으로 삐져나오는 떡의 양이 많고 서비스로 튀긴 만두를 더 많이 주는 가게로 가서 우리는 수다를 채웠다.


섬을 떠나고 만난 떡볶이는 고향 떡볶이와 생김새가 달랐다. 양념 맛이나 그릇을 채우는 재료 구성이 달랐고 서비스 만두도 없었다. 그래서 딱히 떡볶이가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임신했을 때는 간절했다. 섬처럼 배는 불러오고 비행기를 타야 갈 수 있는 섬에 떡볶이는 있어서, 나는 매번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며 침을 꼴깍 삼키곤 했다.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는 작심하고 찾아간 허름하고 좁은 떡볶이 집에서 울고 보챌까 봐 편히 먹지 못하고 돌아올 때도 많았다.


몇 해 전에는 두 아이를 고향 집 친정 부모께 맡기고 모처럼 남편과 떡볶이를 먹으려고 일부러 찾아갔는데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그곳이 대기표까지 받아야 하는 곳으로 바뀐 탓에 그 긴 줄을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시장 밖으로 나와 버렸다. 시장 바닥의 생선 냄새와 족발 냄새, 어릴 때 엄마와 같이 가서 맡았던 여러 냄새 속에서 난 울음이 터져 나와 남편 뒤를 쫓아가며 몰래 눈물을 훔쳤다.


내가 나로 성장하기 위해 먹었던 고향 음식들. 입맛이 변하고 생각도 변했지만 먹는 것이 곧바로 나의 모든 것이 되었던 시절 음식들은 몇 년에 한 번씩, 불쑥 튀어 오르며 입안에 침을 고이게 만든다. 몸의 가장 깊은 밑바닥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곳에 짐승 같은 나의 미각이 살아 숨 쉰다. 새벽의 끄트머리까지 잠을 못 잘 때가 있는데,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고래 같은 허기가 몸을 훑고 지나간다.


몇 달 전에 아이들과 오랜만에 그곳을 찾았다. 떡볶이를 물 없이는 잘 먹지 못했던 아이는 맵지 않고 달콤한 맛이 나는 그 빨간 음식을 꽤 잘 먹었다. 그리고 이제 나 대신 내 마음을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 동문 시장 떡볶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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