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는 변덕쟁이

당신 다음엔 무엇 8

by 강윤미
가구는 변덕쟁이.jpg 그림 metaphor



보통 불 꺼진 방에 누워 잠들기 전 머릿속으로 구상한다. 옮기고 싶은 가구를 옮기고 싶은 장소에 데려다 놓고 원래 있던 가구가 갈 만한 다른 곳을 생각한다. 가구의 크기와 가구에 딸린 물건들의 양을 가늠하고 옮기는 것이 나쁘지 않은지, 가능한 일인지 고민한다. 결정하면 그때부터 두근거린다. 빨리 해가 떠서 이 모든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기를…….


식탁, 소파, 책장, 책상, 피아노……. 밤에 머릿속으로 구상해 놓은 것을 다시 종이에 그려본다. 줄자로 길이를 재서 실현 가능성 유무를 따지고 2∼3가지의 가구 배치도를 다르게 그려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선택한다.


가구를 옮기고 그에 딸린 소품과 물건들을 정리하고 재배치하는 일은 난이도에 따라 한두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반나절이 걸리기도 있다. 물건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그동안 버리지 못했던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구석에서 먼지 옷을 두툼하게 입은 물건의 얼굴을 닦는다. 잊고 있었던 옛 물건들의 기억에서 잠시 멈칫거리기도 하고 행방을 몰랐던 물건을 다시 만나 호들갑을 떠는 것도 다반사.


가구의 위치가 변했으므로 물건의 위치가 바뀌고 가구와 물건의 위치가 변했으므로 공간이 재탄생된다. 책장으로 막혔던 곳이 앉을 수 있는 곳으로, 매일 앉던 곳이 걸어 다닐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새로 생겨난 공간과 새로 생긴 구석이 생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새롭게 바뀐 장소에 금방 적응하고 재미를 붙인다. 새로 생긴 공간에 인형집과 인형들을 옮기고 새로 생긴 구석에서 책을 읽는다.


조금의 힘과 마음을 생각에 보탰을 뿐인데 조금 집이 넓어진 것 같고 조금 집이 깨끗해진 것 같아 많이 뿌듯하고 많이 즐겁다. 같은 재료를 다른 요리법으로 요리한 음식처럼 집이 전혀 다른 구성을 지니게 된다.


이 모든 일을 해내는 동안 생각이 그쪽으로만 집중되는 것이 좋고 널브러진 물건들을 정리해서 완결 지었을 때 뒤따르는 성취감이 나를 춤추게 한다.


아이는 아빠에게 인터뷰한다.

“가구 옮기는 일을 취미로 가진 아내와 사는 기분이 어떤가요?”

작가의 이전글고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