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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 Apr 21. 2023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1. 자폐아이 초등학교 입성기

"학교 갈꺼야"


더듬거리는 엉성한 말투로 오늘의 일정을 이야기하는 아들.

수요일은 방과 후 수업으로 요리를 하는 날인지라

학교가는 내내 "요리"를 연신 이야기 한다.

4월, 그렇게 아들은 초등학교에 적응을 하고 있다.


아직 말하는 게 어렵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는 못하더라도

나는 일반 초등학교 입학을 고집했다.

비록 우리 아들은 부족할 지라도,

우리 아들이 보는 세상은 부족함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작은학교가 좋을 것 같아"


작년 이맘 때부터, 우리 부부는 아들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했다.


서울 초품아에 살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 초등학교에는 특수반(도움반)이 없었다.  

차로 10분 거리에 특수반이 있는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1학년만 200명이 넘는 학교에서 우리아이가 소수집단으로 소외될 생각을 하니

선뜻 보낼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학교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서울/경기 소재 초등학교 정보를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엑셀로 정리하고 나니,

다음 조건을 충족하는 10개 남짓 학교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1. 한 반이 15명 이하일 것

2. 특수반이 따로 있을 것

3. 엄마아빠 통근이 가능할 것



"특수반 입학 상담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발로 움직일 차례다.


마음에 드는 10개 학교에 연락을 하여,

1주에 1학교씩 특수교사 선생님과 입학 상담을 진행했다.


입학상담을 하게 되면 우리아이가 함께 지낼 선생님을 먼저 만나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가 교육받을 환경을 먼저 볼 수 있는 점이 매우 좋았다.


학교마다 선생님들의 특징이 또렷해서 결정이 어려웠다.

차분한데 의욕이 없거나, 활기찬데 지쳐보이거나, 의욕도 있고 능력도 있는데

다음해에는 전근을 가시는 선생님까지.


이렇게는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수가 없구나.. 하는 순간에

산을 넘어 도착한 한 마을의 시골 학교가 내 마음속으로 쏙 들어왔다.



"양평으로 가자"


 전교생이 100명이 안되는 작은 학교.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혁신 학교.

 선생님들이 즐거운 학교.

 적극적이고 활기찬 특수반이 있는 학교.

 좋은 특수반 선생님이 5년은 더 있는 학교!!


드디어 찾았다.

비록 산넘고 물건너야 갈 수 있는 양평이지만,

이곳이면 우리 아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오랜 고민 없이, 우리 가족은 이사를 결정했다.

서울시민말고 양평군민하자!


아이가 일반 학교를 갈 수만 있다면,

그건 어려운 선택은 아니었다.



"걱정마세요. 아이는 잘 자랄꺼에요"


입학하고 계속 듣고 있는 따뜻한 말들.

모든 선생님, 모든 학부모, 심지어 급식 할머니까지도

우리 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아들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준다.


아들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빨리 학교에 적응을 했다.


알아서 교실에 들어가고, 신발을 정리하고,

사물함에 가방을 넣고, 자리에 착석하는 모습이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도대체 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이가 말해주지 않아서(못해서) 알 방법이 없지만,

하교할 때 들려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별 문제없이 다닌다며, 걱정말라는 당부를 한번 더 해주신다.



"이제 시작일 뿐"


1년에 걸친 긴 입학 준비 덕인지,

우리 아들 한달 초등학교 생활은 너무나도 무탈하다.


그 와중에도 아들은 나름 학교생활 적응이 고단하시어

밤 9시가 되기전에 곯아 나가 떨어진다.


아들아. 이대로만 6년 지내보자.


그렇게 지내다보면, 우리 아들 한뼘, 아니 두뼘 정도

더 자라 있을 거 같은 설렘이 기분 좋다.


 

학교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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