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의 비밀
지하 감옥은 성의 경비대가 굳게 지키고 있는 그늘진 구석 한 편에 위치해 있었다. 가시가 박혀 있는 무거운 철문을 열자 사람들을 빨아들일 것 같은 검고 커다란 감옥 입구가 나타났다. 안토니오는 횃불을 들고 앞장을 섰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한 나선형 계단에 들어서니, 차디찬 천장에 맺힌 물방울이 퀘퀘한 공기 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원통형 공간이 열렸다.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며 바닥을 긁는 쥐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오자 어둡고 좁은 복도가 나타났다. 횃불의 붉은 광선이 더러운 복도를 가르며 좌우로 늘어선 굳게 닫힌 나무문들을 비추었다. 죄수들이 감금된 감방(監房)들이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나리, 이쪽으로…. 이곳은 밀라노에서 가장 흉악한 죄수들이 갇혀있는 곳입니다. 이제 제가 간수(看守)를 시켜 한 방 한 방 들여다 보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 중에 나리 마음에 드는 죄수가 나타나면 알려주십시오. 작업장으로 데려다 놓겠습니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놈들인데다가 악취까지 심하니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마십시오.”
간수는 두꺼운 나무문에 달린 조그마한 철창을 통해 감방 안을 차례차례 보여주기 시작했다. 방은 장정 둘이 두 팔과 두 다리를 뻗고 누우면 거의 꽉 찰 정도로 비좁았고 그곳에 죄수가 한 명씩 갇혀 있었다. 아직 겨울이 오기 전인데도 감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는 쌀쌀하게 살을 저며 왔다. 방 한구석에 쌓인 오물은 견디기 힘든 역한 냄새를 풍겼다. 죄수들은 빛에 익숙하지 않은 듯 철창을 통해 들어오는 횃불을 등지고 벽을 쳐다보고 있었고, 간수의 부름이 있고 나서야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대부분 누더기를 걸친 채 삐쩍 여위어 있었고, 컹컹 소리를 내며 심한 기침을 내뱉었다. 무슨 죄를 어떻게 지었는지 몰라도 차디찬 돌무더기 안에서 그렇게 천천히 죽어가는 듯 했다.
열두 번째 방에 도달했다. 철창을 통해 들어간 불빛이 한 사내의 뒤통수를 비추었다. 회색빛 곱슬 머리였다.
“어이, 자네.”
간수가 죄수를 불렀다. 그는 눈부신 듯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보았다. 검은 피부, 이마를 가득 채운 굵은 주름살들, 휘어진 코, 가는 입술, 그리고 군데군데 빠져버린 치아들. 그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다시는 쳐다보기 싫은 추하고 더러운 모습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뚜렷이 나오지 않았다.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짧게 흐느끼는 듯 했다.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호소하는 신음처럼 들리기도 하였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검은 고통의 그림자는 그가 지었을 커다란 죄의 무거움과 괴로움을 대변하고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죄수를 위해 하느님께 빌었다.
“오, 하느님, 그가 어떤 죄를 지었든 그를 용서하시옵소서.”
그가 찾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을 듣고 괴로워했을 유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팔아 넘기는 한 인간의 탐욕과 후회가 담긴 흐느낌을 내뿜고 있었다. 끝없는 절망감에 움츠러든 어깨였고, 몰래 저지른 죄를 들켜 당황한 손짓이었다. 내려앉은 등뼈는 그를 바닥으로 주저앉혀 가라앉는 듯 하였다. 완벽한 유다의 모습이었다. 레오나르도는 안토니오를 불렀다.
“안토니오. 이 사람이네. 이 사람을 작업장으로 데려가 주게. 냄새가 심해도 좋고 이가 기어 다녀도 괜찮네. 절대 씻기거나 옷을 갈아 입히지 말고, 이 모습, 이대로 데려가 주게.”
“알겠습니다, 나리”
안토니오는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으며 대답하였다.
죄수는 수도원 식당의 벽화 작업장 한 구석에 손발이 묶인 채로 앉아 있었다. 축축한 돌바닥의 어두운 지하 감옥을 뒹굴던 죄수가 다만 며칠이기는 하나 햇볕 잘드는 따뜻한 수도원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머무를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죄수는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죽은 듯이 조용했고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밝은 햇빛을 차단하려는 듯 굳게 감은 두 눈은 떠지지 않았다. 안토니오가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지만 귀머거리라서 못 듣는 것인지, 벙어리라서 말 못하는 것인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차디찬 감방에서 말라 비틀어진 빵 한 조각과 물 한 모금으로 겨우겨우 모진 목숨을 이어 나갔을 터임에 분명한데 웬일인지 따뜻한 음식을 들이밀어도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죄수를 응시하던 레오나르도가 그에게 다가갔다. 썩은 악취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였으나 개의치 않았다. 이가 꾸물거리는 머리카락을 제쳐 죄수의 귀를 드러낸 채 레오나르도가 입술을 가까이 하여 그에게 속삭였다.
“여보게, 나는 자네가 누구인지 모르네. 무슨 큰 죄를 지어 이러한 형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네. 자네가 얘기해 주지 않는다면 몰라도 상관없네. 다만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자네는 내가 그려야 하는 그림 속 누군가의 모습을 하고 있네. 나는 자네를 보고 그 사람을 그리려 하네. 미리 자네의 승낙을 받지 않고 이곳으로 데려온 것은 사과하겠네. 성급하게도 나의 선택을 자네가 기뻐할 것이라 생각했네. 미안하네.
내가 그리는 그림 속에는 예수님도 계시네. 괜찮다면 내가 자네의 얼굴을 그리는 동안 자네는 눈을 뜨고 예수님을 바라보며 손을 마주잡아 자네가 지은 죄의 용서를 빌게. 인자하신 주님께서는 틀림없이 자네의 죄를 사하여 주실 것이네. 주여, 저와 이 죄인을 용서하여 주소서.”
레오나르도는 죄수를 대신해 기도를 드렸다. 조용한 기도문을 듣고 있던 죄수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레오나르도와 그의 등뒤로 펼쳐진 최후의 만찬 벽화가 밝은 빛과 함께 죄수의 동공(瞳孔)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순간 죄수는 무엇엔가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치켜 떴다. 레오나르도가 되살려낸 예수님, 그래서 살아있는 예수님, 그리고 예수님을 되살려낸 위대한 화가에게 큰 감명을 받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의 바짝 마른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오, 주여.”
그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 짜내는 것 같기도 했고, 터져 나오는 통곡을 억누르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죄수는 그렇게 벽화 속 예수님과 레오나르도를 번갈아 보았다.
레오나르도는 밑그림도 그리지 않은 회벽에 붓을 들고 뛰어올랐다. 하염없이 예수님을 올려다 보는 죄수의 얼굴에는 그가 그리고자 했던 유다의 모든 표정이 담겨 있었다. 공포, 절망, 단념, 후회, 분노, 비애, 사죄, 반성 등 …. 눈, 코, 입 등 몇 개의 구멍들의 열리고 닫힘과 미세한 떨림, 주름들 몇 개의 이지러짐으로 작은 얼굴에 그렇게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레오나르도는 정신없이 죄수의 얼굴을 벽화의 빈 구석에 옮겨 담았다. 죄수의 얼굴은 곧 유다의 얼굴이었다. 레오나르도의 상상력은 조금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만큼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세 시간이 지나자 유다의 얼굴은 완성되었다. 이전에 그가 그렸던 벽화의 여러 부분들과는 달리 한번에 그려진 마지막 조각은 어떠한 수정도 필요 없을 정도였다.
지난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절망감으로 시작했던 긴 하루였다. 이제 떠올랐던 해가 다시 대지의 품으로 돌아가려 할 시간이 되었음에도 작업용 비계(飛階)를 내려오는 레오나르도의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웠다. 드디어 벽화를 완성한 것이다.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살과 피를 갈아 넣은 듯한 그림, 비어있던 거대한 공간에 채워 놓은 예수님과 열두 제자들, 만감이 교차하는 그들의 마지막 만찬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몇 번이나 어둠 속에서 헤매며 눈을 뜨지 못했건만, 그때마다 하느님은 레오나르도의 손을 이끌어 밝은 빛으로 인도하시었다. 제자들의 얼굴과 몸짓을 닮은 여러 사람들을 마주하게 해주셨고, 예수님을 닮은 크리스티아노를, 마지막으로는 유다의 모습을 한 죄수를 만나게 해주셨다. 하느님의 도움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최후의 만찬은 한 조각도 그려질 수 없었다. 레오나르도는 다시 한번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가 완성해낸 살아있는 예수님과 성인들께 드리는 다시 느끼지 못할 신비한 기운이 감도는 기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