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의 비밀
“드디어 완성하셨군요, 나리. 정말 훌륭한 그림입니다.”
“고맙네, 안토니오.”
“나리가 그림을 그리시는 동안 저도 모르게 감격에 겨워 눈물 흘리고 기도 드렸습니다. 살아있는 예수님과 성인들이십니다. 마지막에 그려 넣으신 유다의 얼굴이 그들 모두에게 더욱 활기찬 생명을 불어넣은 듯 합니다. 예수님은 더욱 빛나고 거룩해 보이십니다. 유다의 얼굴을 보면 죄인의 슬픔과 고뇌가 느껴집니다. 우리들 인간들의 모습처럼요.”
“그렇군. 나도 똑같이 느꼈다네. 참으로 감격스러운 밤이군.”
“이제 그림이 완성되었으니 저 죄수놈을 지하 감옥으로 돌려보낼 시간입니다.”
“잠깐, 그도 눈물 흘리며 참회하던데 딱하지 않나. 며칠 더 이곳에 두어 주님의 용서를 느끼게 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내일 아침에 돌려보내는 것이 어떻겠나? 비록 죄인이지만 나에게는 벽화를 완성하게 만들어 준 은인이나 다름없네.”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루도비코 경의 명을 어긴다면 저도 제 목숨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폐하께서 시키신 대로 그림이 완성된 오늘 밤, 놈을 돌려보내겠습니다. 더군다나 저 놈은 두 사람을 살해한 살인범입니다. 오늘 죽어도 억울하지 않은 자입니다. 나리 곁에 두신다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흉악한 놈입니다.”
안토니오는 고개를 돌려 간수들을 불렀다.
“어이, 죄수를 다시 감옥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마차를 준비해라.”
아직까지 눈물 흘리며 기도하고 있던 죄수가 안토니오의 명령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잰 무릎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자그맣게 외치고 있었다.
“나리, 나리, 나으리…,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이 곳에 더 있고 싶다는 호소인 것 같았다. 작업장이 따뜻하고 밝아 더 머물 욕심에 그럴 수도 있고 아직 참회의 기도를 마치지 못하였을 수도 있었다. 이유야 어쨌든 그의 호소는 강직한 성격을 가진 안토니오의 귀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나리, 나리, 레오나르도 나으리…”
죄수는 안토니오가 아닌 레오나르도를 부르고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깜짝 놀랐다. 그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마 이쪽에서 나누는 대화를 구석에서 엿들었을 지도 모른다.
“레오나르도 나리, 제 말씀을 잠깐만 들어주십시오. 접니다. 크리스티아노, 빵 가게의 크리스티아노입니다.”
“뭐, 빵 가게의 크리스티아노라면, 4년 전 예수님의 모습을 하였던 그를 말하는 것인가? 자네가 그를 어찌 아나? 크리스티아노의 친척인가? 그렇다면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는가?”
잊고 지내던 크리스티아노를 떠올리자 그에게 묻고 싶은 여러 질문들이 머리 속에 두서없이 떠올랐다. 죄수가 그를 알고 있다면 다만 몇 가지 궁금증에라도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닙니다. 그의 친척이 아니라 제가 바로 크리스티아노입니다.”
“그럴 리가 없네. 크리스티아노는 4년 전 저 그림 속 거룩한 예수님의 모습을 하였던 젊은이였네. 자네같은 추한 늙은이가 어찌 크리스티아노라며 그의 이름을 더럽힐 수 있단 말인가. 여보게, 안토니오, 이 자를 빨리 감옥으로 데리고 가게. 자네 말처럼 못할 짓이 없는 자로군. 쯧쯧.”
“나리, 제발 제 얼굴을 다시 보아 주십시오. 4년 전 제 얼굴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제가 바로 크리스티아노입니다. 저를 자세히 보시면 예전의 크리스티아노를 생각나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레오나르도는 애원하는 죄수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 보았다.
“저 눈동자, 저 푸른 눈동자는 과연 크리스티노의 것이었네. 피부는 갈라지고 눈, 코, 입은 비뚤어졌지만 아이와 같은 눈동자만은 변하지 않았군. 그래, 자네가 크리스티아노일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동안 무엇이 자네를 이렇게 바꿔놓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면 나는 자네의 말을 하나도 믿을 수 없네.”
레오나르도는 고개를 돌려 간절한 눈빛으로 시종장을 바라다 보았다. 크리스티아노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를 조금만 더 이곳에 붙잡아 놓아야 한다.
안토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가 과연 예수님의 얼굴을 하였던 자가 맞다면 이 자의 사연을 듣기 전에는 그림이 완성된 것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크리스티아노는 잠시 물로 목을 축이더니 눈물과 함께 지난 4년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