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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Mar 08.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3

의과대학 교수의 일상

의과대학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3마리의 소를 키우게 되어 있습니다.(아직까지 '의사가 왜 축산업에 종사하나' 의문이 가는 분들은 1편을 읽고 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우선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 진료를 해야 하고요, 교수이기 때문에 연구와 교육을 해야 합니다. 교수들에 따라서 자신이 더 중점을 두어 주력하는 분야가 있을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한 가지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하나로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의과대학 교수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1인 3역을 해야되는 것입니다.


아, 물론 임상 의학이 아닌 기초 의학 분야에 전념하는 교수들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와 교육만 담당하기도 합니다. 기초 의학이라 하면 흔히 해부학, 생화학, 생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등을 말하는데 이런 학문을 전공하는 교수들은 환자들을 진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진료' 업무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그만큼 연구와 교육에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됩니다. 환자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을 놀면서(?) 보낼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이런 업무는 의과대학이 아닌 일반적인 단과대 교수들도 마찬가지이겠네요.


어떤 대학교에서는 의과대학 안에 의학과, 치의학과, 간호학과 등이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런 대학교에서는 엄밀히 말해서 의과대학이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과만 지칭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분들이 보시기에는 의과대학이 보통 의학과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하실 수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까다롭게 구분하지는 않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의학과 안에는 여러 전공 분야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해하시기 쉽게 말씀드리자면 병원에 가셔서 흔히 접하게 되시는 소위 '과'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내과, 외과, 산부인과(여성의학과), 소아과(소아청소년과), 정신과(정신의학과)... 뭐 그런 과들 말이지요. 그런데 의과대학 안에서는 이런 '과'들을 '과'로 부르지 않고, 조금 생소한 용어인 '교실(school)'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말하는 '과'들이라는 것이 사실 모두 '의학과' 내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일반 대학교에서 말하는 '학과'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의학과 내에 또 다른 '학과'들이 있다면 혼동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과'가 아닌 각자의 전문 분야를 나누어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실'이라는 단위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제 신분은 'oo 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정형외과학교실 교수'가 됩니다. 조금 복잡하지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은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본 것이고 그들이 일하고 있는 병원 내에서는 또 다릅니다. 병원에서 내과학 교실, 외과학 교실, 산부인과학 교실 등으로 부르지는 않으니까요. 병원에서는 그대로 내과, 외과 등으로 부르죠. 병원에서 부르는 '과'는 영어로 'department'라고 합니다. 이 차이는 학문을 중요시하는 대학과 환자 진료 등 실용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병원 간의 업무 분장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과대학 교수는 대학 내에서는 '교수'가 되고 병원에서는 '임상 의사'가 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두 가지 직책을 겸임한다고 해서 '겸직 교수'라고 부릅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대학 병원에서 만나는 소위 '교수'들이 모두 겸직 교수들인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서 주로 환자 진료에 주력하는 '임상 교수'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들은 3개 분야 중 주로 '진료'에 주력하고 '연구, 교육'에 따르는 책임은 조금 덜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분야들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은 덜하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겸직 교수와 임상 교수를 특별히 구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부르는 이름은 살짝 달라도 하고 있는 일들은 거의 비슷하거든요.


그럼 우선 여러분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실 의과대학 교수의 '진료'업무에 대해 알아볼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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