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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Mar 07.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2

의과대학 교수의 일상

처음 경험하는 일이니만큼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그동안 이뤄낸 보잘것없는 업적에 만족하여 나태해진 것은 아닐지 반성하였습니다. 게을러진 나귀를 분발시키는 것은 채찍과 당근이겠지요. 우선 손쉬운  채찍부터 꺼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더욱 닦달하여 몰아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실적은 더욱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은근히 타들어가는 양초를 으깨서 잠시나마 더욱 밝은 빛을 내도록 다그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양초는 그 순간 환한 빛을 발할지는 몰라도 그 빛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고 그 생명도 단축되어버릴 것 같다는 불안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채찍질이 답이 아니라면 남은 것은 당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한 번도 자신에게 '당근'이라는 것을 주어본 적이 없는 저는 그 방법을 몰랐습니다. 우선은 그것이 무엇일지부터 찾아야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론 대답을 못하더군요. 그 답을 찾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이 제 지난 글에 나와 있습니다. 한 번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https://brunch.co.kr/@osdlee/2

https://brunch.co.kr/@osdlee/5


제 글을 읽으신 제 나이 또래 이상의 여러 지인 분들이 자기들도 그런 고민들이 있었다고 공감해 주시더군요. 아마도 저만 특별히 겪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저는 글을 쓰는 작업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와 그 준비 과정인 책읽기는 저에게 새로운 안목을 열어주었는데요, 제가 저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게 해 준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온 것이 온전히 저 하나였다면 이제는 제가 여러 사람으로 나뉘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위안하고, 조언해 주는 '관계'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입니다. (아, 이러한 현상은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이 보시면 정신병의 한 증상이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쁜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위험한 증상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쓰기와 독서를 하면서 얻어가고 있는 것은 아래 글에서 이미 고백을 하였습니다.


https://brunch.co.kr/@osdlee/33


저는 원래 제 자신을 드러내기를 극구 꺼려하였습니다. 원래 '자아'라는 것은 꽁꽁 감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노출하는 것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는 그런 것에 관대해지더군요. 일단 글이라는 것이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이 녹아있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것이라서 다른 분들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드린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저의 생활이나 생각을 보여드리는 것이 어느 정도의 선만 잘 지킨다면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용기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요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한 번 간단히 말씀드리려 합니다. 원래 사람이란 다른 사람의 생활에 호기심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혹시나 어떤 분들은 궁금해하실지 모르는 '의과대학 교수들은 무엇을 꿈꾸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 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키우고 있는 소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계속) 


* 오늘부터 계정 이름을 제 본명이 아닌 '파란 벽돌'로 바꾸었습니다.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리겠지만 '파란 벽돌'은 어렸을 적부터 제 마음 한 켠에 지워지지 않는 한 가지 이미지였고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제 작은 재주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필명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많은 작가님들이 본명보다는 필명을 사용하고 계시고 그것이 뭔가 좀 더 있어 보여서 부럽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 개인 정보가 너무 노출되는 것도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계정 이름은 바뀌었으나 글 쓰는 이는 똑같으니 변함없는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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