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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Mar 24.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21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6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https://www.youtube.com/watch?v=QcxNl9gQffg

- 아무래도 당신의 산만함에 말려 들어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왜 외과 의사가 이렇게 손을 들고 다니는지 알려달라. 그것이 원래 내가 한 질문이다.

주제를 벗어난 게 아닙니다. 배경 설명을 드린 것입니다. 독자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요. 이제 수술에 임하는 의료진이 세균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무리 깨끗한 환경에서 깨끗한 수술복과 위생 장비를 착용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수술장 내부와 사람의 몸에는 세균이 묻어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이렇게 비유합니다. "세상은 온통 세균으로 덮여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자신의 몸을 포함해서 온 세상에 검은 먹물이 묻어있는 상태라고 말이다. 이제 수술에 임하면서 우리는 환자의 몸에 이런 먹물을 옮겨 묻히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자, 이런 전제하에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어떤가요? 하얀 거탑의 장준혁 선생처럼 카리스마 있어 보이나요?


- 시답지 않은 말은 삼가라고 경고한 바 있다. 주의하라...... 그런 비유를 가지고 뭘 어쩌란 말인가?

아무래도 당신은 시기심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아직 소독을 철저히 마치지 않은 당신의 피부에는 여전히 먹물이 묻어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술할 때마다 목욕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포기해야겠네요. 대신 수술할 때 주로 사용하게 되는 손만큼은 철저히 청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살균제를 사용하여 손의 세균을 가능한 한 줄이는 작업을 수술 전에 하게 됩니다. 이것을 영어로는 scrub이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문지른다'는 뜻이지요. 쉽게 말해서 수술 전에 손을 빡빡 문질러 닦는 것을 말합니다. 수술 전 손 위생, scrub에 대해서는 저희 병원에서 교육용으로 만든 동영상이 있으니 지금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qLFiiIosY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물은 어디서 가장 깨끗한가요? 높은 곳에서 가장 깨끗하지요? 낮은 곳의 물은 높은 곳에서 닦여진 지저분한 것들을 담고 있을 테니까요. 손을 닦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깨끗하게 만들기 위한 손을 높은 곳에 위치시켜야 그곳을 씻어낸 물이 손목을 타고 아래로 흘러 팔꿈치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손을 팔꿈치보다 높이 들어 더러운 물이 다시 손으로 흘러드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까 비유한대로 손과 팔에 묻은 먹물을 닦아내는 과정을 생각해 보시면 쉽습니다. 손을 물로 닦고 낮은 곳에 위치시키면 다시 먹물이 손으로 흘러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 그럼 그렇게 손을 세척하고 수술장 안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가?

물로 손을 세척, 소독하고 수술실 내부로 입장하면 이미 소독을 마치고 수술복을 입은 간호사가 종이 타월을 건네줍니다. 아, 그전에 드라마에서 보듯이 알코올에 적신 솜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력한 살균제인 알코올로 손을 헹구라는 의미입니다. 이때에도 손을 낮추면 안 됩니다. 쥐어짠 알코올이 손에서 손목, 팔꿈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게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다음 타월로 물기를 모두 닦아내면 손은 일시적으로 아래 방향을 향해도 됩니다.(수술 장갑 끼는 장면에 나오듯이요.)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높이 들고 있지요. 왜냐하면 깨끗해진 손을 가능한 한 시야 안에 두어 모르는 사이에 소독되지 않은 주변에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드라마 동영상을 보시면 이미 수술복을 입고 수술 장갑을 끼고 있는 전공의들도 손을 팔꿈치 위로 들고 있는 게 보이시지요? 이미 먹물이 흘러내릴 상황은 끝났지만 손을 시야 안에 두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요즘은 저렇게 하는 사람들이 흔치는 않습니다. 깨끗한 수술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역시 깨끗한 장갑을 낀 손을 소독이 되지 않은 얼굴 가까이 위치시키는 것이 오히려 비위생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양손을 깍지 끼고 상복부에 대고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멸균이 된 장비를 착용한 바로 다음이라 가장 안전한 곳이니까요. 


- 오호, 자세한 설명 고맙다. 샛길로 빠진 줄 알았는데 알기 쉽게 알려주기 위한 배경 설명이었다니....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이러면 안 되는데 당신이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부담스러운 멘트는 사양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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