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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Mar 25.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24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9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 집도의로서 수술장 호출을 받고 내려가면 어떤 일을 하는가?

우선 수술복과 수술 모자, 마스크, 수술 신발로 환복하고 수술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제가 수술할 환자가 마취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환자의 의무기록지, 영상의학 검사 자료를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그리고 수술장 앞의 후드에서 스크럽을 합니다. 그다음은 드라마에 나오는 대로 그런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극에서처럼 수술을 도와주는 전임의, 전공의와 간호사들이 임금님 모시듯 벌벌 떠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복을 입으면서 안부 인사도 하고 때로는 농담도 하면서 서로 긴장을 풀려 노력합니다.

환자의 몸을 절개하기 전에 '타임 아웃'이라는 중요한 절차를 밟는데요. 환자의 신분과 상태, 수술 부위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우선 수술장 간호사가 환자의 등록번호와 이름을 말하고, 마취과 의사가 옳은 환자를 마취하고 준비했음을 점검하고 마지막으로 집도의가 자신이 하려는 수술명과 수술 부위를 말함으로써 모두가 정확한 환자에서 의도한 수술을 하려는 것임을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수술장 입실에서부터 퇴실까지는 환자의 신원 파악이 계속 반복됩니다. 아무래도 수술의 공포에 떨고 있거나 마취가 깨지 않은 환자들에서는 그 환자가 누구인지 잘 못 알려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반복되는 확인 작업에 아마 환자들은 조금 짜증스러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 수술의 전 과정이 집도의에 의해 시행되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학병원은 진료와 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병원입니다. 이곳에는 전임의(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1-2년 간 특정 분야를 더 배우기 위해 근무하는 의사)와 전공의(레지던트)들을 교육시켜야 할 책임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의 일부 과정을 그들에게 맡기기도 합니다. 특히 수술 상처의 봉합은 그들이 주로 하고요.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술기이니까요. 때로는 간단한 절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의 집도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습니다. 수술실 안에 있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고 조화시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집도의도 수술 시간 내내 온전히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큰 수술일 때 말이지요. 이런 경우에는 전임의나 전공의에게 절개를 맡기고 그들이 수술 부위를 노출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수술을 집도하게 됩니다. 그럼 수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 최고의 집중력으로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각 의사들이 자신이 최대한 잘할 수 있는 단계를 맡아하는 분업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 그것은 대리 수술이 아닌가?

당연히 아닙니다. 집도의의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분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만약 집도의가 수술을 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수술에 거의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리 수술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시스템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후배 의사의 교육 기회 제공과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체계를 막는다면 몇 가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주 오래 걸리는 수술은 절개부터 수술 부위 노출까지 1-2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수술 작업을 해야 하는 집도의가 이런 수술부 절개와 봉합까지 모두 시행한다면 자칫 중요 부분에서 집중력을 잃고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수술 도중 집도의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쉬다 와야 할 수도 있고요. 사람의 체력과 집중력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저는 이것이 환자에게 더 피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몰론 이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수술의 역할 분담과 시간 분배는 지휘자인 집도의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집도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직까지도 의사들의 교육은 일부 도제 교육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승이 검사, 시술, 혹은 수술 술기를 제자에게 직접 가르쳐 주고 익히도록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전산 시스템이나 교육 자료 개발이 많이 발전한 현대에서도 아주 없앨 수 없는 교육 방법입니다. 만약 수술실에서의 모든 수술 술기를 가장 능숙한 집도의에게만 맡긴다면 그 수술은 비록 안심할 수 있겠지만 다음 세대의 명의들은 태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청기와 장인의 이기심으로 청기와 명맥이 끊어졌듯이 그런 고집을 피운다면 의학과 의술의 발전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환자분들도 이런 점은 이해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 만약 환자들이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 어찌해야 하나?

글쎄요, 그것은 참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집도 전문의가 수술의 모든 과정을 해주기를 바라는 환자분들이라면 전임의나 전공의를 교육시키는 대학병원보다는 교육의 의무가 없는 다른 종합병원이나 개인병원에서 수술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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