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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Mar 26.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25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10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 대리 수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은 조금 민감한 주제를 다뤄보려 한다. 바로 수술장 CCTV 설치 문제이다. 우선 당신의 입장부터 묻겠다. 찬성인가, 반대인가?

저는 수술장 CCTV 설치에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 최근 여러 병원에서 대리 수술, 유령 수술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환자는 A라는 의사에게 수술을 받고자 했는데 막상 수술을 하는 의사는 B라고 한다. 이런 황당한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술실을 철저히 감시하는 방법이 가장 쉽고 효과적이지 않나? 

과연 그럴까요? 대리 수술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 그러면 왜 전 세계에서 수술장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을 운영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을까요? 그렇게 환자의 인권이 중요하다면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은 물론이고 하다 못해 의료 수준이 우리에 훨씬 못 미치는 의료 후진국에서라도 몇몇 나라는 수술장 CCTV를 의무화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생활을 감시한다는 것이 심각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비록 업무 현장이라도 말이지요.

제가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대리 수술보다 더 흔하고 심각한 문제는 공금 횡령 사고일 것입니다. 얼마 전에만 해도 직원의 업무상 공금 횡령으로 잘 나가던 의료 기기 업체가 거의 도산의 위기에 다다른 적도 있지요. 공무원이 나라의 세금을 몰래 갈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회사의 직원이나 공무원의 업무용 컴퓨터를 국가에서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입니다. 그런 환경에서는 용감하게 공금 횡령은 물론이고 위법 행위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질 것입니다. 엄청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이지요. 범법 행위를 하였다고 해도 그것을 벌 주기 위한 증거를 쉽게 찾아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좋은 제도가 있는데 왜 시행하지 않는 것일까요?


- 국민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국가가 감시한다니 공산주의 국가인가? 마치 조지 오웰의 '1984'를 보는 듯하군. 빅 브라더가 국민의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그런 것에는 거부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에는 어찌 그리 너그러울 수 있는 것인가요? 아래는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입니다. 

많은 분들이 수술실에서 의사의 행동을 감시하는 것에 찬성하시고 있군요. 만약 이것이 말이죠, 의사 등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감시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가령 식당에서 식중독 사고를 막기 위해 주방과 홀을 감시하는 CCTV를 달자고 하거나, 사무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추행을 방지하기 위해 사무실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달아 놓자거나, 집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정 폭력을 막기 위해 집안에 CCTV를 달고 그것을 경찰서에 연결해 놓자는 안들 말입니다. 모두 범죄 예방 차원에서는 효과적인 것들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면 선뜻 찬성하기 힘들지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고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아직 인권에 대한 시민의식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범죄 가해자의 인권을 존중한다고 얼굴을 가려주면서 피해자의 신분은 인터넷에 마구 퍼뜨리는 행위 같은 것 말입니다. 자신의 인권은 매우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남의 인권은 공익을 위해 일부 침해해도 괜찮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요. 

지금은 이것이 '돈 많이 벌고 잘난 척하는 아니꼬운' 의사에게만 해당하는 제도이지만 사회 구석구석이 조금씩 무너져 가다 보면 언젠가는 자기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술장에 CCTV를 달 수 있는 나라가 어딘들 CCTV를 달 수 없겠습니까? 곧 모든 이들의 코앞에 감시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 그건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꼭 필요해서 고작 수술장을 감시하겠다는 아이디어인데 말이다.

아닙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고질적이고 상투적인 선동 방식입니다. 소수의 집단을 갈라쳐서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떨어뜨리고 그들의 인권이나 이익을, 공익을 위해 일부 희생시킨다고 하면서 국민을 선동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소수의 집단은 다수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위에 보이는 여론 조사에서와 같이 국민적인 여론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을 근거로 들면서 정치인들의 의도대로 정책을 몰아가는 것이지요. 건강 보험이 그랬고, 대학교 등록금 동결이 그랬고, 택시비 인상 반대가 그랬고, 유치원 원장들의 멍석말이가 그랬고, 재벌 탄압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억하십시오. 언젠가는 그렇게 조리돌림을 당할 대상이 당신이 속한 집단 그리고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미 당신은 그 사람들을 몰아세우는 데에 앞장선 이력이 있는데요? 당신도 곧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 이 사람, 이거 지나치게 흥분하고 그러네. 자자,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대리 수술 이야기나 계속합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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