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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Mar 25.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23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8

파란 벽돌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이미지 출처: Gettyimages

- 당신은 스스로 정형외과 전문의로 밝힌 바 있다. 정형외과가 무슨 과인지 설명해 달라.

정형외과(整形外科)는 영어로는 Orthopedics, 혹은 Orthopedic surgery라고 하는데 이것은 1741년 니콜라스 앙드레 (Nicolas Andre)에 의해 출판된 L'Orthopedie란 제목의 교과서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othopedic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인 orthos와 paidos를 합친 복합어입니다. orthos는 바로잡는다(正立, straight)는 뜻이고, paidos는 소아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척추나 사지가 굽은 아이를 바로잡는 의학 분야'에서 출발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정형외과는, 그 연령을 소아에만 국한할 수 없고, 또한 변형을 예방하고 교정하는 것에만 국한할 수도 없겠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성장 과정이 눈부셨지요. 그래서 1960년 미국 정형외과 학회(American Academy of Orhopedic Surgery)는 정형외과의 정의를 이렇게 규정하였는데요. "정형외과는 사지와 척추 그리고 그 부속 기관의 형태와 기능을 내과적, 외과적, 그리고 물리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보존하며, 회복 및 발전시키는 의학의 한 분야이다."라고 말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머리와 흉부, 복부를 빼고는 다 보는 과란 말입니다.


아, 정형외과란 단어는 영어 Orthopedic surgery를 일본인 의사 다시로 기도구가 한자로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로 그대로 전래된 것이지요. 중국은 일본 용어를 따라 하기 싫어서인지 정형외과 대신 골과(骨科)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뼈를 보는 과'란 말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정형외과 학회나 교과서에 많이 보이는 정형외과의 로고가 매우 재미있는데요, 예로 몇 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대한정형외과학회 로고
ABOS(American Board of Orthopedic Surgery) logo
일본정형외과학회 로고

공통적으로 굽어진 나무를 똑바른 지지대를 묶어 세우고 있는 그림이 있지요. 바로 척추나 사지가 휘어진 소아를 바로 잡아주는 치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무를 자세히 보면 꽃이나 잎이 서로 다릅니다. 미국 것은 잘 모르겠으나(아마도 월계수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것은 무궁화, 일본 것은 사쿠라가 피어 있지요? 같은 나무에 자기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나 잎을 달아서 나라의 고유한 특성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재미있지요?


- 하여간 당신은 틈만 나면 이야기를 산으로 보낸다. 쯧쯧. 이번에는 내가 빨리 수습하겠다. 정형외과도 전문하는 것에 따라 여러 분야로 나뉠 텐데 어떤 것들이 있는가?

맞습니다. 척추와 사지를 모두 보는 과이니만큼 공부해야 할 범위도 넓고 내용도 무척 많습니다. 이것을 한 사람이 모두 통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정형외과 의사마다 한두 개의 전문 분야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부위에 따라서는 척추만 진료하는 의사가 있고, 상지에서는 어깨와 팔꿈치, 손목과 손, 하지에서는 엉덩이 관절, 무릎, 발목과 발만을 보는 의사가 있습니다. 척추나 사지에서 생기는 종양만 보는 의사, 소아 환자만 보는 의사, 인공관절 치환술만 하는 의사, 관절경 치료만 하는 의사, 현미경 수술만 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이렇게 분야가 세세하게 나뉘다 보니 같은 정형외과 의사라도 성격과 개성이 차이나는 경우가 있는데요, 가령 척추를 전공하는 의사들은 수술할 때 상당한 출혈이 있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야 하지만 반대로 손을 수술하는 의사들은 한 방울의 피도 놓치지 않고 긴장해야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정형외과 전공을 선택하고 적성에 안 맞아 고생한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 내 친구 중에 정형외과 의사가 있다. 가끔 가족들이 아파서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면 곧잘 하는 말이 "나는 무식한 목수라서 그런 건 잘 몰러..."이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정형외과 의사를 왜 목수라고 부르나? 또한 무식하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네, 그것은 외국에서 정형외과 의사를 '뼈 목수(bone carpenter), 혹은 목수(carpenter)'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합니다. 이전에 말씀드렸지만 정형외과 의사가 주로 수술하는 조직은 척추와 사자에 있는 뼈, 근육, 인대, 힘줄, 신경 등입니다. 그중에서도 뼈를 건드리고 조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요. 뼈는 우리 인체 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 중 하나입니다. 다른 외과들에서 흔히 사용하는 칼, 겸자, 집게, 가위들을 이용해서 주무르기가 곤란하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톱, 망치, 나사못, 철사, 쇠 꼬챙이, 펜치(진짜는 아니고 비슷하게 생긴 것입니다.) 등의 기구를 인체에 맞게 변형시켜 사용하는데 이것이 마치 목공소에서 목재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목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아래 정형외과 수술 기구가 나와 있는 사진을 보시면 '여기가 수술장인가, 목공소인가?'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척추 수술 시 사용되는 기구들. 오른쪽 상단에 망치와 펜치(?)가 있고 그 하단에 전기톱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안 보이지만 끌과 정도 있습니다 목공소에서 흔히 보는 기구들이지요?
제가 프사로 사용했던 의사 로고. 톱과 망치를 들고 있기 때문에 누가 봐도 정형외과 의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형외과는 상당히 독특한 조직과 신체 부위를 다루는 과입니다. 생명을 유지하는 뇌, 심장, 폐 등의 흉부 장기, 위장관, 간 등 복부 장기들을 모두 빼고 주로 인체의 자세와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만을 연구하고 치료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내과 의사나 다른 계열의 외과 의사가 보기에 정형외과 의사들은 도대체 생명 유지 기관에는 관심도 없고 지식도 없는 '마치 의사가 아닌 사람들'처럼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식하다고 조롱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거꾸로의 입장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조롱하는 다른 과 의사들은 저희 정형외과가 전공하는 뼈나 관절, 인대, 힘줄, 근육, 신경 등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거든요. 서로 다른 과 분야에 무식한 것입니다. 그래도 저희는 다른 과 의사들을 무식하다고 조롱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가 인격적으로 성숙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저희 스스로도 저희가 무식하다는 생각을 하고 약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솔직한 자백 고맙다.

다만 모든 정형외과 의사가 무식한 것은 아니니 함부로 무시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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