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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벽돌 Apr 11. 2022

나의 소들을 소개합니다.-44

의사들은 도대체 왜 그러나?-1

나약해 씨는 입원하여 수술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 수술날입니다. 어제저녁 나약해 씨와 그의 아내 심불안 씨는 병동 면담실에서 담당 전공의와 만났습니다. 전공의는 나약해 씨가 받게 될 수술이 어떤 것인지 잠깐 설명을 하는가 싶더니 바로 그것과 연관되어 발생할 수 있는 온갖 합병증들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난생처음 수술을 받게 되어 불안감에 시달리던 부부는 전공의의 험한 말들을 들으면서 이제는 아예 공포감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수술을 기다리던 나약해 씨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그동안 몰래 숨겨놓았던 비상금 통장의 위치와 비밀 번호까지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혹시 자기가 못 깨어나면 찾아서 쓰라는 부탁과 함께 말입니다.  난데없는 공돈이 생겼으니 기쁠 만도 한데 심불안 씨의 기분은 영 그렇지가 못합니다. 남편의 비장한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혹시나 어제 전공의에게 들었던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오전 10시경 수술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앞의 수술이 마무리되고 있으니 나약해 씨를 수술장으로 이송해 달라는 호출이었습니다. 나약해 씨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합니다. 꼭 쥐고 있던 아내의 손을 놓고 수술실로 향하는 침대차에 올랐습니다. 심불안 씨는 그런 남편을 보내면서 혹시 그것이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아닐지 불안해합니다.

이미지 출처: 씨네 21

11시경 심불안 씨의 휴대폰으로 남편이 수술실로 입실하였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병원에서 수술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서비스였습니다. 차라리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어제 전공의와의 면담에서 수술 시간이 약 2시간 소요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2시간 후인 오후 1시경에는 수술이 끝나게 되겠지요. 아무래도 불안하지만 그래도 그때까지만 견디면 되는 것입니다. 수술이 제시간에 마쳐진다면 큰 과오없이 안전하게 수술이 마쳐졌다는 의미일 테니까 말입니다. 심불안 씨는 병실 침대 모서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그동안 순한 남편을 돈 못 벌어 온다고, 술 많이 마신다고, 밤에 잠만 잔다고 쥐 잡듯 잡았던 자신의 표독스러움을 잠시 반성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릅니다.


기도를 드리다가 잠깐 졸았나 봅니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눈을 뜨고 벽시계를 바라봅니다. 오후 1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들여다봅니다. 아직 수술이 끝났다는 메시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예정된 수술 종료 시간을 30분이나 넘겼습니다. 혹시 수술 도중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닐까요? 심불안 씨는 다시 기도를 드립니다. 이제는 졸음도 싹 달아났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릅니다.


2시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수술이 1시간이나 더 연장되다니 말입니다. 간호사실로 나갑니다. 담당 간호사에게 수술실에 전화해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봐 달라고 합니다. 간호사는 제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별로 걱정하는 눈빛이 아닙니다. "원래 예정 시간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흔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미소를 띠며 대답합니다. 간호사가 야속합니다. 아무리 그런 경우가 흔하다고는 해도 예정된 수술 시간을 넘긴다는 것은 수술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뭔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안절부절못하며 또 기다립니다. 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윽고 2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확실합니다. 뭔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번에는 간호사실이 아니라 수술장 앞으로 달려가 볼 생각입니다. 남편이 수술받고 있는 수술방에 직접 전화를 연결해달라고 해서 어찌 된 상황인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정신없이 수술장이 위치한 층으로 내려가려 계단을 디디는 순간 휴대폰이 울립니다. "나약해 님 수술이 종료되어 회복실로 이동 중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결국 수술이 끝나기는 했군요. 그래도 개운치는 않습니다. 수술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이렇게 지체되었을 테니까요. 집도의를 만나서 물어봐야겠습니다. 수술장 앞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를 닦달하여 집도의를 호출합니다. 그리고 그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이런 장면 익숙하시죠? 본인이나 가족분들이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씩은 다 경험하셨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의사들은 도대체 왜 그리 못 돼 처먹었을까?" 

의사들은 왜 환자와 보호자 속을 뒤집어 놓는 것일까요? 일부러 그러는 걸까요? 인성이 부족해 그러는 걸까요?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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