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포도 농장을 하는 친한 친구가 우리 부모님댁에 포도를 보내줬다.
그냥 포도도 아니고 비싸디 비싼 샤인머스캣. 그것도 5송이나 보내줬다.
친구의 부모님이 오랜 노하우로 여름 내내 피땀으로 재배하신 것이다.
엄마는 너무너무 좋아하셨다. 샤인머스캣이라는 이름은 잘 몰라도,
샤인머스캣이 얼마나 비싼 포도라는 건 잘 몰라도 한 알 따서 입에 넣어보면 바로 알 수 있으니까.
게다가 엄마는 원래 포도를 엄청 좋아하신다.
나를 임신했을 때도 혼자 청과시장에 가서 포도 상자를 사서 머리에 이고 왔을 정도였다고 한다.
엄마는 얼마나 비싸고 귀한 것인지 몰라도 먹어보니 그냥 받아먹을 물건이 아니라고
우리 집에서 만든 자반고등어를 보내주시겠단다.
튼실한 고등어를 따서 자반으로 만들어 두었는데 너무 맛있다고 하신다.
우리 집은 재래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한다.
엄마가 고등어의 배를 따서 깨끗이 씻으면 아빠가 적당히 간을 해서 자반고등어가 만들어진다.
엄마는 “우리가 만들었다 하지 말고
그냥 어디서 생겼다고 하고 보내주면 안되나?” 하신다.
친구가 우리 집이 생선가게 하는 걸 모르다가 그걸 알면 내가 창피할까봐 그러신다.
나는 친구가 우리집 생선가게 하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보내주고 싶은 만큼 실컷 보내드리라고 했다.
엄마는 생계를 위해 이 일 저 일 하다가 10년 전쯤 생선가게를 시작하셨다.
아빠도 건설현장에서 중장비 운전을 하다 합류했다. 엄마는 돈도 벌어야 했지만,
부모가 천하고 냄새나는 일을 해야 자식에게
밑거름이 된다고 믿어 생선가게를 시작했다.
우리 생선가게에는 단골손님이 많다.
엄마아빠는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자갈치시장에 새 물건을 사러 간다.
전날 팔던 생선은 왠만하면 다음 날 팔지 않는다. 너무 마진을 많이 붙이지 않고 적정한 가격에 판다.
얼음을 차곡차곡 채워 파리가 앉지 못하게 투명 뚜껑으로 닫아 깨끗하게 생선을 진열한다.
엄마는 싱싱한 생선 배를 따고 깨끗히 씻고 재래시장에서 쓰는 검정비닐이 아니라 집에서 쓰는 투명한 크린랩에 담아 준다.
그래서 우리가게에는 손님이 많다. 경기가 별로 좋지 않아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나는 엄마아빠가 장사하는 모습을 안다. 그래서 나는 창피하지 않다.
우리 부모님은 자기가 선 위치에서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다.
“싱싱하고 깨끗한 생선을 제 값에 파는 것”
아빠는 엄마에게 이끌려서 생선가게를 시작했지만, 아빠엄마가 모아 둔 재산에 없어 나이 들어 비참해지고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봐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열심히 일하시겠단다.
엄마아빠에게 “열심히”라는 건, 깨끗하고 싱싱한 생선을 매일매일 받아와서 적정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
아무리 힘들어도 어제 사온 생선을 오늘 사왔다고 속이지 않는 것.
그래서 나는 부모님이 자랑스럽다.
나는 우리 생선가게가 창피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