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지행동치료 일지]
오늘 아침 출근길에 갑자기 나는 종종 마음이 불안하다. 이유는 다양하다. 어떨 땐 이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유가 없는 불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불안에 이유가 없으면
불안을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한 주는 힘든 시간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됐다.
한 달 즈음 전 새로운 자리에 면접도 보고 선발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합격 통보를 받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새 사무실에 출근하기까지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합격한 사무실에서 합격통보 후 1주일 내까지 출근을 해달라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제안해볼까 싶지만, 합격 통보 받은 것이 너무 기뻤고,
떠나기로 했으니 그냥 얼른 떠나자 싶은 생각도 있었다.
늘 그렇지만
좋은 일이 항상 좋은 일만도 아니고
나쁜 일이 항상 나쁜 일도 아니다.
있던 자리에 일이 너무 많고 힘들었고,
새로운 사무실에 출근하기 전에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그렇지만 막상 새로운 사무실에서 4일 정도를 지내고 보니 종종 불안이 다가왔다.
새로운 사무실 사람들도 다 잘해주고 몸 불편함이 크지 않은데, 내가 스스로 평가하기보다는 새로운 분위기와 업무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나 보다.
내가 불안해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은 집중을 못하는 것이다.
이 업무를 하려고 한글 문서 파일을 펼쳤다가 집중해서 작성하지 못하고, 바로 업무 시스템을 켜거나 업무시스템을 켜서는 정작 계속 여기저기 커서를 옮긴다.
이쪽저쪽을 왔다갔다하며 불안은 계속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무엇을 해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게 될 때가 있다.
불안이라는 감정에 일순간 빠져들어 꼼짝 못하게 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불안에
강하게 사로잡힌다.
때로는 불안이라는 감정에 나를 먹이로 던져주고 나면, 아무 생각 없이 잠시 잠깐은 편안해지기도 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기가 힘들어서
한순간 남의 일처럼 대해보는 것 같다.
그러다 조금 더 정신을 차려 본다.
도대체 왜 불안한지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동안 불안을 이기고 나를 지켜온 방식이다.
나는 주문처럼 나 자신에게 말한다.
이 불안은 느낌이고,
불안한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찾아서 없애면 돼.
모든 불안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유 없는 불안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불안의 이유는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그 이유와 함께 불안을 없앨 수 있다.
차분히 생각한다.
나는 지금 5일 전까지 하루 10시간 이상을 지냈던 익숙한 사무실과 거의 매일 만나던 사람들과 헤어져 낯설고 모르는 사람들과 하루 8시간을 함께 있다.
그리고 이전 사무실에서는 내가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고, 대부분의 문제를 내가 결정했다. 내가 겪는 대부분의 어려움도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았다. 사람들의 취향도 대부분 알고 있었고, 어떤 점을 배려해야 하는지도 대충은 알았다.
하지만 지금 사무실에 나는 모르는 것이 많고, 다른 구성원들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무엇을 싫어하고 그래서 내가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몰라 거의 모든 것을 조심하게 된다.
지금 사무실을 천천히 돌아보며 이전 사무실의 모습과 비교해본다. 지금도 분명 창가 구석에 좋은 자리이기는 하지만, 동료가 대각선 방향의 앞에 앉아 있어 때때로 그가 하는 일이 보이기도 한다. 나는 남이 일하는 모습을 원하지 않아도 보게 되는 것이 불편하다.
지금의 내가 불안한게 너무 당연하다 생각한다.
내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은 누구에게나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
차분히 나 자신에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준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또 다른 한 주가 시작된다.
이 글을 쓰고 보니 점점 불안은 잦아든다.
합리적인 나로 돌아온다.
나를 다그치지 않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