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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y 29. 2023

휴대폰을 뽀개 버리면?

형사사건을 대리하다보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확보할 것이 예상되는 사건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을까? 전략적으로 일부라도 임의제출을 하면 압수수색은 안하지 않을까? 청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인다면 지금이라도 압수수색을 피할 길이 없을까? 완전삭제 프로그램을 돌려 버릴까? 사용 중인 휴대폰을 강에 던져 버리고 아이폰으로 바꿀까? 


최근 아래 사건에서도 압수수색이 나오자 휴대전화부터 밖으로 던져 버렸다는 내용이 있었지요. 


[단독] 유동규, 압수수색 나오자 창밖으로 휴대폰 던져(TV조선 2021.9.30.)


       

이런 경우 변호인도 의뢰인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때 필요한 건? 법률적 판단을 기초로 하는 전략적인 사고! 


우선, 

사용 중인 휴대폰을 강에 던져 버리는 방법은, 휴대폰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됩니다


당연하겠지요. 

특히 요즈음같은 디지털 기기 의존성이 높은 시대에는 휴대전화만 확보하면, 그 개인의 일생을 구석구석 알 수 있다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가족관계, 친구관계부터 직장, 집주소, 재산관계, 어제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은밀히 관리하는 내연관계 같은 정보는 더욱 잘 알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중 체포와 구속 같은
인신에 대한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을 제외하면,
항상 몸에 붙여두는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장 강력한 강제수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의 방식, 범위 등에 대한 제한 필요성은 계속 강조되어 오고 있습니다. 



최근 같은 맥락으로 대법원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하기 전 구속영장 발부 때와 비슷하게 직접 법원에서 당사자 또는 수사기관을 불러 심리를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현재보다 강력한 사법통제를 가하겠다는 취지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수사정보 유출 등 수사의 비밀성을 해친다는 주장이 강하게 맞부딪히고 있습니다. 


전국 법원장 9일 간담회…'압수수색영장 대면 심리' 논의뉴스내용대법원[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2023.3.2.)



수사의 비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대면심리는 지나치게 피의자의 권리 보호에 기운 판단입니다. 


한편, 수사단계에서 수사기관과 피의자 사이의 정보의 비대칭성과 휴대전화 압수수색의 기본권 침해가능성을 생각하면, 대면심리 정도는 수사기관도 용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범죄와 관련된 어떤 정보가 얼마나 담겨 있는지는 피의자측이 정보가 많습니다. 

전략적으로 생각하면, 휴대폰을 폐기해버리거나 완전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삭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휴대폰에 담긴 범죄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방법도 선택지 중 하나이겠지요. 



하지만 그 선택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대단히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구속이 될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구속 사유 중 하나가 “증거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이기 때문입니다. 증거물을 파기, 훼손했다는 것은 곧, 이미 증거인멸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증거 인멸의 고의가 현실화된 것이지요. 



물론 이런 때에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미 인멸해버렸잖아요? 

인멸할 증거가 더 이상 없어요. 

그러니 더 이상 “증거를 인멸할 염려” 가 없어요. 


라고 뻔뻔하게(사실 구속사유의 원칙에 매우 부합)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휴대폰만이 거의 유일하고 주요한 증거였다면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구속은 사실상의 처벌처럼
범죄에 대한 응보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무죄추정원칙에 반하고 방어권 보장에도 반하지요. 하지만 사실상 구금을 통한 징벌효과를 감안하여 범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한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증거인멸 또는 도주우려 등의 구속사유보다 중대한 구속사유로 고려하는 측면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증거를 인멸해버려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사라졌어도 구속은 피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휴대폰에 담긴 증거 외에 달리 수사기관이 증거가 없다면, 상당히 전략적인 판단이지요.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는 것이 확고한 목표라면. 

구속되어서 몸 고생을 좀 하더라도 결국 무죄를 받을 가능성에 걸어 보는 것이지요. 

옳다 그르다는 말은 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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