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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y 29. 2023

내 휴대전화 가입자 정보를 영장도 없이?

휴대전화 모두 가입 해보셨죠?

휴대전화를 가입할 때 내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등등 대부분의 개인정보를 입력하지요? 

그러니 휴대전화의 가입자 정보만 확인하면 한 사람에 대한 대부분의 중요 정보를 다 알 수 있어요. 


수사 중 범죄에 사용된 전화번호만을 확보한 경우 피의자를 특정하거나 사건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해당 번호의 가입자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거인멸이 의심될 경우 통신사 가입 기간을 알아내기 위해 가입자 정보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요. 



수사기관이 내 휴대전화 가입자 정보를 확인할 때도 영장이 필요한가요?


아닙니다. 영장이 필요 없습니다. 

수사기관은 통신사에 공문으로 “통신자료제공요청서”만 보내면 영장 없이 가입자 성명, 주민번호, 주소 등의 통신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법률상 근거가 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통신비밀의 보호) ③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조세범 처벌법」 제10조제1항ㆍ제3항ㆍ제4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이용자의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를 말한다)  
6. 이용자의 가입일 또는 해지일
[헌법불합치, 2016헌마388, 2022.7.21, 전기통신사업법(2010. 3. 22. 법률 제10166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83조 제3항 중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을 포함한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을 위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3.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통신자료”는 전화번호를 이용하는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과 해지일 등을 말합니다. 

-> 간단하게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는 자료라고 생각


가입자의 통신일시, 통신 개시 및 종료시간, 착발신 번호 등 상대방의 가입자 번호, 인터넷 로그기록, 발신 기지국 위치 추적 자료 등을 말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와 구분됩니다. 

-> 이건 간단하게 가입자의 통화내역을 확인하는 자료라고 생각


말이 상당히 헷갈리죠? 사실 저도 자주 헷갈립니다. 


가입자의 통화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정보를 먼저 알아야 겠지요?  

그러니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의 전 단계 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을 위한 가입자 정보가 필요할 때 “통신자료 제공요청”를 한다 생각하면 됩니다. 



두 제도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은 강제수사이고,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영장주의 적용 O)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임의수사이고, 법원의 허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영장주의 적용 X)          



법원의 허가를 거치고 안 거치고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요. 영장주의는 중립적 위치에 있는 판사가 그 필요성을 한 번 스크린 하고 수사기관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지 한 번 점검을 받는 과정이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구분에는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공수처의 취재기자 통신자료 조회…인권위 "인권침해"뉴스내용국가인권위원회. /사진=뉴스1(출처머니투데이 2023.1.30.)


      

공수처에서 기자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건으로 대중에 크게 회자되기는 하였으나, 통신자료 조회는 공수처만 하던 것도 아니고, 과거부터 수사기관에서는 너무 흔하게 이루어지던 수사방식이었습니다. 

저도 과거에 방식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저도 ‘이래도 괜찮나?’ 했던 적도 있었지요. 최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사람들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롭게 문제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에 관해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임의수사이고 강제처분에 적용되는 영장주의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신자료 제공요청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나,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두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 2022. 7. 21. 선고 2016헌마388, 2022헌마105, 2022헌마110, 2022헌마126 결정



헌재는 영장주의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사후 통지는 하라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여전히 임의수사이므로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도,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대해 인정하기 때문에 아래의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통지”제도를 마련하라는 것이지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3조에 따라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받은 사건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정한 기간 내에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받은 사실과 제공요청기관 및 그 기간 등을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대상이 된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위에 인용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 아래에 붙은 것이 바로 그 내용입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일정한 시한을 두고 헌재 결정의 취지대로 법을 개정할 것을 입법자에게 명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개정시까지 현행 법에 위와 같은 문구를 넣게 됩니다. 


이 헌재 결정에 대해서는 영장주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고,
그래도 개인정보보호 범위를 확대했다는 호평도 있습니다. 


결국 이쪽 저쪽의 입장을 조금씩 고려한 절충안인 것이지요. 

이후에도 인권위는 영장 없는 통신자료조회는 인권침해라 발표하는 등 논란은 여전합니다. 



인권위 “수사기관 영장 없는 통신자료 조회는 인권침해” [자료=연합뉴스](출처매일경제 2023.1.30)


   

개인 정보와 개인의 권리 보호에 대한 인식은 점점 강해질 것이고,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입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일과 해지일 등도 개인정보이며 수사기관이 이를 획득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지요. 


수사의 목적 달성과 개인의 사생활 비밀 자유가 충돌할 때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를 결정하는 법원의 역할이 바로 영장주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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