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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y 29. 2023

[출국금지(2)]범죄수사를 위한 출국금지

저는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인데도 출국이 금지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출국의 금지) ② 법무부장관은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는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그 호에서 정한 기간으로 한다.  
1. 소재를 알 수 없어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피의자중지로 한정한다)된 사람 또는 도주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 수사진행이 어려운 사람: 3개월 이내 
2.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피의자중지로 한정한다)된 경우로서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영장 유효기간 이내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지요? 

그 사람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이라는 말은 수사를 위한 "모오~오든 사람"을 말합니다.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수사에 필요한 모든 사람"에 대해 출국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문제


범죄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는 것은 구속 요건에서 "도주 우려"와 같은 취지의 요건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는 "국외 도주 우려"를 차단할 목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국외로 도주하는 경우 국내에 있는 것보다 사람을 찾아내기 현저히 어려워진다는 것이지요. 기사의 민주당 전 당 대표는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 출국을 금지한 것이지요.  



출국할 수 없다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것입니다. 

특히 사업상 또는 학업상 해외에 출국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직업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 등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수단이 적절해야 하며, 피해를 최소화하여야 하고, 기본권과 목적의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작은 것은 작게, 큰 것은 크게 
- 비례의 원칙 -


한 마디로 제한하더라도 과도한 제한은 금지됩니다. 필요 최소한의 제한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국가가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행법의 출국금지 요건은 너무 광범위합니다. 사실상 요건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수사에 필요하다"는 요건은 너무 추상적이잖아요?


피의자 뿐만 아니라 참고인도 출국금지가 가능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혐의자인 경우뿐만 아니라 목격자, 관련자 등의 참고인인 경우에도 출국금지가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물론 참고인도 수사의 진행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수사의 목적상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수사기관이 출국금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미 개시된 형사사건의 피의자, 참고인이라는 점을 밝혀 출국금지를 요청하면 일단 (거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국금지를 해줍니다. 


법률상 더 따져야 할만한 세부적인 요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사건에 관해 알고 있는 사항을 진술하는 참고인에 불과한 경우 특히 억울할 수 있는 일이고, 한국에 가족과 생활기반이 있어 도주할 생각이 없고 도주 가능성이 전혀 없는 피의자라도 그럴 수 있습니다. 


물론 수사기관이 모든 사건의 수사에 있어서 출국금지를 요청하지는 않습니다. 위 기사의 민주당 전 당 대표는 파리에 있다 왔으니 파리에 돌아갈 기반이 있다고 보이고 게다가 피의자 신분이니 당연히 출국금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와 같이 해외에 도피할 만한 경제적 기반이나 여유가 있거나, 도피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라는 판단을 할 만한 중대 범죄이거나, 해당 사람의 진술이 수사나 재판에 필수적인 경우 등 수사기관 나름의 출국금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또한 출국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의 경우에는 출국금지된 상태 자체가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수사기법이기도 합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출국금지 제도 자체가 정당하더라도
보다 세부적이거나 구체적인 요건이나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법을 공부하기만 할 때에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요즘 들어 보면 "과연 저 법이 무결한가" 고민될 때가 있습니다. 

미지의 영역으로 일방적으로 배우고 익혀 흡수하기 바쁘던 시절에 법은 덮어놓고 무결하고 절대 옳은 것이었지요. 하지만 변호사가 되고서 법을 바라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과연 그러한가 싶은 생각이 들어 고민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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