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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Aug 17. 2023

고독한 변호사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드라마 시리즈가 있습니다.

시즌 1이 2012년에 처음 나왔지요. 2012년에 우리나라에는 “혼밥”이라는 말도 없었던 것 같은데,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으니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가 느껴집니다.

이 드라마 속 고독은 쓸쓸한 어떤 감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매회 고로 상이 혼자 식당에 고르고 혼자 메뉴를 고르고 “오로지 혼자 너무도 맛있게” 식사를 즐깁니다. 미식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럴싸한 고독을 말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


물론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미식가 못지않게 변호사로서의
고독함을 떠올리는 한 장면을 보았거든요.


“앵무새 죽이기”라는 소설을 영화로 만든 “앨러배마 이야기” 하는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한밤중에 잘 차려입은 잘생긴 한 남자가 길거리에서 가정집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고 있습니다.

영화 앨라바마 이야기 중


기괴하지요. 왜 한밤중 건물 밖에 잘 차려입은 신사가 저러고 책을 볼까요? ​


그는 자기 의뢰인을 몸소 지키고 있습니다. 최후의 수문장처럼
의뢰인이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 앞을
지키고 있지요.


그는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된 흑인 남성의 사건을 맡아 그의 결백을 밝혀가는 중입니다.


온 동네 남자들이 감히 백인 여성을 강간한 흑인 남성에게 린치를 가하러 올 것을 예상해 의뢰인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그의 편에 서 있는 유일한 사람이 변호사이지요.


영화 앨라바마 이야기 중


정말로 동네 사람들이 몰려 왔습니다.

변호사는 무사히 그를 지켜냈을까요?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저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하는 점이 감동적인가요? 흑인이라도 차별하지 않고 피고인으로서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지켜주려는 것이 눈물 겹나요? 그레고리 팩이 여전히 멋있어서 저 역할까지 근사하게 보이게 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요.


저는 저 가련한 변호사의 입장이
먼저 생각되더군요.

변호사라는 직업은 본질적으로 의뢰인이 없으면 일이란 것이 있을 수가 없지요. 그래서 소송을 하다 보면 내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제가 좋은 변호사여서 일까요?


내 의뢰인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기도 하고, 한참 소송을 하다 보면 이기고 말겠다는 투지에 불타게 되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그런 순간에
철저한 고독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의뢰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의 다른 면에는 의뢰인의 이익을 지켜줄 사람도, 나의 이익을 지켜줄 사람도, 내게 완전한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도 나뿐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그 철저한 고독의 순간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나를 도와주거나 나를 지켜줄 사람은 없다는 그 절벽에 선 것 같은 순간. 이상하게도 큰 힘과 투지가 솟아 나옵니다. 그런 순간들을 극복하고 완전한 승리를 맛본 경험들 때문이겠지요.

승리의 경험에 중독되면 약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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