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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Jul 10. 2023

나는 변호사를 샀다

직업으로서의 변호사(4)

변호사가 필요할 때 "변호사를 산다"라는 표현 쓰시나요? 아니면 들어는 보셨지요?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변호사님들은 상당히 불쾌해 하십니다. 한 번도 배금주의에 물들어 본 적 없는 것처럼. 돈 주고 물건 사듯, 변호사를 샀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기분 나빠할 말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목수가 집 짓는 기술을 팔아 집을 짓고 돈을 벌고, 옷 수선 전문가가 옷을 수선해 주고 돈을 벌지요. 변호사는 법기술자입니다. 변호사는 법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철저히 익혀 자기 기술을 파는 사람입니다. 대학교수는 다를까요? 자기 분야의 전문지식을 쌓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대가로 돈을 버는 사람입니다. 의사는 다를까요? 더 나열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변호사도 직업의 하나입니다.


자신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 돈을 번다는 점에서는 어떤 직업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를 샀다"라는 말을
누군가는 불편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변호사님의 변호사로서의 어떤 숭고한 직업의식에서 바탕한 말일 수도 있고, 오랜 권위의식의 발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그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에 변호사 업계에 의미 있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었습니다.


로톡이라는 법률서비스 온라인 플랫폼에서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일정한 대가를 받고 사건을 소개, 알선하는 변호사 광고를 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이 변호사 광고에 관한 변호사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고발했습니다.


이에 대해 로톡은 변호사법이 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부분은 변호사들의 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로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5/26/2022052690114.html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대한변협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을 상대로 징계처분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로톡이 비변호사의 법률서비스 개입에 대한 오해를 불러올 수 있고, 그와 관련된 변호사법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대한변협은 이 부분을 이유로 징계를 한 것 같아요.


이번 달 20일에는 대한변협의 변호사 123명에 대한 징계처분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법무부의 판단이 있을 예정입니다. 법무부의 판단에 따라 또 다른 양상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끝난 싸움이 아니라는 겁니다.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501113_36126.html



지금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변호사법의 세밀한 규정을 살펴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도 하고, 제가 보기에도 복잡하네요.


간단히 이렇게만 아시면 됩니다.


              변호사도 영업의 자유와 광고의 자유가 있지만 광고는 본인 이름으로만 조심스럽게 해!            

              비변호사가 법률서비스 제공하는 듯하게 오해하게 하면 안 돼!            



변호사라는 직업이 도대체 뭐길래,
광고도 함부로 하면 안 돼.
변호사 아닌 사람이 법률 서비스를 할까 봐 조심해.
라고 할까요?


변호사법의 아래 두 개 조항을 보면, 우리 사회가 변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변호사법

제1조(변호사의 사명) ①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②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제2조(변호사의 지위)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


변호사법은 1949년 제정되었지만, 변호사의 사명과 변호사의 지위에 관한 이 규정들은 1982년 전면 개정되었을 당시에 새로 규정되었습니다. 1982년 이래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인권, 사회정의, 사회질서 유지, 법률제도 개선, 공공성, 법률 전문직.

뭔가 거창하지요? 목수나 옷 수선 전문가에게는 이런 법률이 없고, 사명이나 지위에 대한 규정도 없습니다.


변호사가 하는 업무 때문입니다.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지극히 일상적인 업무 중에도 누군가의 깊고 내밀한 비밀을 알게 되고, 개인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족관계, 질병 내역까지 개인정보를 다룹니다. 공무원만큼의 공공성이 있지요.


게다가 법률사무는 복잡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한 사건들을 일상적으로 다루지요. 신뢰성이 생명입니다.


변호사 업무의 특성으로 크게, 공공성과 신뢰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법기술을 가진 직업인 + 공공성과 신뢰성의 존재



이 두 가지를 조화시키기가 쉬울까요?


저 역시 "변호사를 산다"라는 표현이 듣기 불편한 변호사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공공성과 신뢰성만으로 밥을 먹여 주지는 않지요. 하루에도 몇 번씩 법기술을 가진 직업인과 공공성과 신뢰성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시소를 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많습니다.
로톡의 문제는 변호사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거든요.


무죄 선고로 타다 논란이 이제는 일단락되었지만, 성형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을, 세무신고 플랫폼 삼쩜삼은 세무사협회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신사업과 기존 업계간의 갈등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요.

누군가는 밥그릇 싸움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사회가 열정적으로 혼돈과 변화를 겪어 나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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