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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y 11. 2023

Snnobish 한 영국 법정

직업으로서의 변호사 (2)

윤여정 배우가 영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을 때 수상소감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평소 생각하던 영국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 말이었거든요.



Thank you so much for this award.
Every award is meaningful,
but this one is especially.
Recognized by British people
known as very snobbish people and
they approved of me as a good actor.
so I'm very very privileded and happy.
Thank you thank you so much.


이 정도는 번역 없어도 이해하실 수 있겠지만, 대강 이런 의미입니다.


“상 줘서 고마워.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이 상은 특히. 내가 그 고상한 척하기로 유명한 영국인들한테 인정받다니. 얘들이 나를 좋은 배우라고 인정하는 거잖아. 정말 영광이네. 행복하다. 고맙다 진짜. “


정말 센스 있는 수상소감이었지요?


            snnobish = 고상한 척하는


오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부정적인 말이라기 보다는 약간 비꼬아서 재미있게 표현하는 말입니다. 윤여정 배우님 수상소감을 들은 영국인들도 박장대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니까.. 저도 영국인들의 고상한 느낌적인 느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1세기에도 왕실이 건재하고, 법정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가발을 얹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모두 고상함으로 보였습니다.


영국 법정영화에서 판사나 변호사들의 머리에는
왜 저 어울리지도 않는 금발의 가발이 얹혀져 있을까요?


과거로부터의 전통이고, 법과 권위에 대한 존중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가발을 착용하지 않는 것은 법정 모독으로 간주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기들이 보기에도 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는 했나 봅니다. 2007년에 New Dress Rules을 만들어서 가정법원이나 민사법원에서는 가발을 필수적으로 착용하지는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다고 하네요. 다만, 형사법원에서는 여전히 착용해야 하고요.


2017년에 나온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Act는 법률을 말합니다. 그래서 The Children Act는 “소년법”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겠지요.

이 영화는 영국 웨일스의 가정법원 판사 피오나(배우 엠마 톰슨)가 여호와의 증인의 신념에 따라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에 대해 수혈을 허가하는 판결을 하면서, 이 소년과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많이 보신 영화는 아닌 걸로 알고 있지만, 저는 엠마 톰슨 배우님을 참 좋아하거든요. 이 분 영화를 찾아서 봅니다.



이 영화에서 판사 피오나는 법정에서 가발을 착용하지 않아요. 영화가 현실을 제대로 고증했다면 가정법원이라 가발을 착용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0년에 있었던 실제 재판을 영화화한 "나는 부정한다(Denial)"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 속 판사와 변호사 모두 가발을 착실히 쓰고 있어요.


이 영화는 홀로코스트 부인론자 데이비드 어빙이 자신을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홀로코스트 부인론자"라고 책에서 표현한 데보라 립슈타트 교수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실화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당시 재판과정 자체가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것인 만큼 많은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데보라 립슈타트 교수는 이 재판과정을 책으로 발간하고 "Holocaust Denial on Trial"이라는 웹페이지를 개설하였고, 영화에도 많은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그 Snobbish 한 영국인들이 실제 사용하는 법정을 이 영화의 촬영을 위해 대여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열심히 고증하여 찍은 영화일지 상상이 가시지요?

이 영화 속 판사와 변호사들은 snobbish 한 가발을 꼭 쓰고 나옵니다. 민사법원이지만 2000년의 재판이어서 그럴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미국인인 데보라 립슈타트 교수가 미국과 차이가 있는 영국 사법체계에 관해 이상하다며 툴툴 대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그중 하나는 영국은 법정에서 변론하는 변호사와
법정에 나가지 않고 재판준비만 하는 변호사가 구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법정에 나가 변론을 하는 변호사는 Barrister라고 부르고, 법정에 나가지 않고 재판 준비만 하는 변호사는 Solicitor라고 합니다. Solicitor는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할 수 있고 로펌을 설립하거나 소속되어 활동할 수 있고, Barrister는 직접 사건을 수임할 수 없고 Solicitor를 통해서만 사건을 받을 수 있고, 개인 명의로만 활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Barrister는 Queen’s Counsel의 지위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줄여서 QC라고 하는데, 영국 왕실 패밀리를 변호할 수 있는 Barrister를 말합니다. 이제 여왕이 안 계시니 이제는 그들을 King’s Counsel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싶네요. 이를 Silk라고도 합니다.


Silk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는데, 변호사들이 Queen’s Counsel 지위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Barrister는 법학교육을 받은 후 1년 동안 법조원이라는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마친 후 1년 동안 실무수습 과정을 마치면 자격이 주어집니다. Solicitor는 법학 교육을 받은 후  2년간 경력 솔리스터의 지도 하에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대충만 들으셔도 뭔가 복잡하죠?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 가서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을 로스쿨이라고도 부르지요? 미국의 Law School 제도를 본 따 만든 것이라 그렇게 부릅니다. 미국도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부를 마치고 3년간의 로스쿨 과정을 수료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미국은 3년간의 로스쿨 과정을 J.D.(Juris Doctor)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통상 아는 박사과정이 아니지만 Doctor라고 사용합니다. 미국은 학부에 법학 전공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법학전문대학원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에는 법학부를 둘 수 있습니다. J.D. 과정을 마치고 나서 세법, 환경법 등 더 세부적인 분야를 공부하고 싶으면 LL.M.이라는 과정을 수료할 수도 있습니다. LL.M. 은 Magister Legum의 약자입니다. 라틴어인데 Legum은 복수형 표현으로 라틴어에서는 복수형을 축약할 때 두 번 쓴다고 합니다(라틴어는 그렇다고 합니다). 대학에 법학부 과정을 두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 법학 학사 학위가 있거나 외국의 변호사인 경우 이 과정에 입학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로스쿨을 가지 않고 미국변호사가 되고 싶다면, 미국 로스쿨 J.D. 과정을 가시거나 LL.M. 에 들어가서 J.D. 으로 트랜스퍼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변호사라는 용어는 쓰는 경우가 있지요? 국제변호사라는 용어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국제변호사라는 자격은 없어요. 변호사법에도 변호사가 광고는 할 수 있지만, 국제변호사라는 광고는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기 때문이에요.


변호사법 제23조(광고)  (1) 변호사ㆍ법무법인ㆍ법무법인(유한) 또는 법무조합(이하 이 조에서 “변호사등”이라 한다)은 자기 또는 그 구성원의 학력, 경력, 주요 취급 업무, 업무 실적, 그 밖에 그 업무의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신문ㆍ잡지ㆍ방송ㆍ컴퓨터통신 등의 매체를 이용하여 광고할 수 있다.
(2) 변호사등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변호사의 업무에 관하여 거짓된 내용을 표시하는 광고
2. 국제변호사를 표방하거나 그 밖에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하는 내용의 광고  


물론 외국 변호사는 있습니다. 한국 변호사도 있는 것처럼요. 미국 변호사, 영국 변호사, 이탈리아 변호사, 일본 변호사 등등 다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한국 변호사 아닌 이들을 모두 외국 변호사라 부를 수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 변호사를 부르는 말은 "외국법자문사"입니다. 이분들은 한국 법원에서 소송을 수행할 수는 없고 자문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국제변호사라고 부르는 건 틀린 말입니다. 그런 자격증이 없기 때문입니다. 본질적으로 변호사는 "자격"을 말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법잘알"이라고 변호사라고 부르지는 않잖아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도 변호사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 변호사 "자격"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영국은 조금 다릅니다.(역시 영국은 뭔가... 그렇습니다.) 영국에서는 법을 하는 모든 직종에 대해 Lawyer라고 부릅니다. 영국은 변호사를 지칭하는 용어가 별도로 있거든요.


아무튼 영국은 법학교육을 마치는 것도 상당히 힘들고, 실제로 변호사로서 직장을 구해서 변호사 생활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영국변호사는 안 권합니다. 차라리 미국변호사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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