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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y 11. 2023

그래도 넌 늙어 죽을 때까지 변호사잖아.

변호사 되고 싶은 분들 있으신가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정의고 뭐고 돈만 밝히는 변호사를 많이 보셔서 되고 싶은 생각이 없으신가요?


변호사로 일하면서 '변호사 못 해먹겠네.'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 꽤 괜찮은 직업이다.'라고 생각하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대표님들을 만나 소송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고, 회사를 계속 성장시켜나가는 대표님들을 만날 때 함께 성장해가는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법리가 복잡하고 이기기 쉽지 않은 소송에서 저의 주장이 받아들여서 승소했을 때 고생한 만큼 큰 성취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법에 무지해서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나는 법을 공부해서 안되는 일 되는 일 잘 구분하며 무사히 살아가고 있구나'하며 감사하다 생각하는 날도 있고요.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에서 특히 부러움을 받는 게 무엇인지아세요? 특히 회사원 친구들로부터...


"좋겠다. 넌 그래도 늙어 죽을 때까지 변호사잖아."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잘 해오고 있지만, 저는 세상의 시선에서 보면 특별히 돈을 많이 벌거나 경력이 화려한 변호사는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라는 직업만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받아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 사십이 넘어가면 주변분들 모두 은퇴를 생각합니다. 회사원인 친구도, 때마다 승진 척척 하고 잘 나가는 경찰공무원인 친구도, 사업하는 친구도 모두 은퇴 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회사원은 회사를 나오면 백수, 경찰도 경찰복을 벗으면 백수, 사업하는 친구는 언제까지 사업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그런 친구들 모두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네. 저도 그 친구들 이야기를 듣다가 깨달았습니다. 감사한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변호사”라고 불릴 수 있겠다. 잠시 상상도 했습니다. 변두리 도시의 허름한 3층 짜리 빌딩의 2층 즈음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낡은 간판에 제 이름이 걸린 변호사 사무실. 별로 다정하고 따뜻한 할머니는 아니지만, 동네 사람들이 “변호사 할머니, 나 이것 좀 봐줘.”라며 서류 뭉치를 들고 찾아올 수 있는 법률사무소 하나를 차려 놓는 일.


나이가 들어가니 사회적인 존재로서 내가 불릴 말이 하나 있다는 것이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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