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퇴근하거나 야근을 하고 늦게 퇴근하는 날이나 집에 들어와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내 베란다 정원이다.
정원이라고까지 말하기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정원"이다.
식물을 좋아하지만,
사철 내내 초록잎만 달린 식물보다는 폈다 졌다 사철 내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꽃나무를 좋아한다.
아직도 정원이라는 이름을 지울 아이는 없지만, 아이같이 작고 여린 동백나무를 데려왔다. 너무 작은 동백나무를 데려왔다 싶어 잠깐 후회도 했다. 조금 자란 나무를 데려오면 키우는 부담이 적을텐데...
이 쬐끄만 아이가 내 곁에서 긴 세월이 지나면서
열 송이 스무 송이 꽃을 가득 피월 줄 것이 기대되어
일부러 가장 작은 동백나무를 데려온 점도 있다.
그래도 동백은 작고 어려도 나무라고 부르더라.
언젠가는 정말로 나무가 될 거라는 뜻이겠지.
이 동백나무, 삼일 쯤 후에는 활짝 핀 얼굴로 고개를 들어 보여 주지 않을까.
겹겹히 꼭 들러 붙어 있던 붉고 얇은 꽃잎들 사이에 점점 짙은 그림자가 끼어들고, 꽃잎들이 두꺼워지면서 조금만 더 있으면 어깨를 젖히면서 활짝 벌어질 것만 같다.
동백은 건조한 걸 못견딘다고 해서 퇴근하고 오자마자 분무를 충분히 해준다. 지금 계절의 건조함이 정말 걱정이다.
원래 동백은 거제도나 제주도 같은 바닷가 근처에 군락을 이루고 사는 것이 그런 동백의 성질 때문이겠지. 건조해서 저 가녀린 꽃망울이 똑, 하고 떨어져 버리면 안되는데. 비닐 봉지로 하우스를 만들어 줄까 싶기도 하다. 간이 비닐하우스지만 철사 서너 개를 화분 끝에 박아 넣고 비닐 봉지를 위에 뒤짚어 씌우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정원을 참 좋아한다. 심지어 정원이라는 단어도 예뻐했다.
아이를 낳으면, 특히 딸아이가 생기면 이름을 '정원'이라고 짓고 싶었다. 정원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이 위로 되었다. 식물들이 각자의 시간대로 크고 자라고, 시들고 진다. 시들고 지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식물이 어느 때가 되면 저절로 작은 싹을 틔우고 자란다.
작고 어린 나의 동백나무.
어린 아이를 키우듯이 때맞춰 물도 주고 영양분도 주면서 지금은 한 송이지만, 내년에는 두 송이, 그 다음 해에는 그의 배수로 동백꽃이 피어줄거라 기대를 해본다.
꽃이 피려하는 모습을 보니 져버릴 것이 벌써부터 걱정이지만, 아직까지는 몇 일 후면 활짝 피어 줄 동백꽃 대한 기대만 남겨 두어야 겠다.